상호신뢰회복이 선결 남북조절위원장 대리 민관식 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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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4년 9·18개각으로 문교부장관을 물러난 민관식씨가 2년8개월만에 남북조절위원장대리로 공직에 복귀했다.『임명권자께서 이 자리에 나를 기용한 것은…글쎄요. 아마 내가 국내정계에도 십 수 년 있었고 문교부장관을 그만둔 날부터 바로 「아세아정책연구원」을 세워 내 딴에는 국제정치학도의 입장에서 열심히 공부를 해왔으니 어느 정도 국제정치감각도 있는 것으로 생각하신 모양이죠. 남북한문제도 결국 국제정치의 틀 속에 있는 것이니까요.』
민 위원장 대리는 스스로 기용된 까닭을 이런 말로 설명했으나 실은 4선을 역임한 의원관록, 8년간의 대한체육회장, 뒤이은 문교장관 등 다채로운 경력에서 느낄 수 있듯 그의 특유한 배짱·협상능력·승부에 대한 집념 등이 바로 발탁의 요인이 아닌가 싶다.
-남북대화의 재개를 위한 색다른 구상이라도….
『아직 업무현황도 받지 않았는데 무슨 구상을 말할 입장이 되나요. 지금까지의 관계 문헌을 뒤져보고 있어요. 다만 오늘날 내외정세가 한민족에게 대화를 촉진시키는「무드」를 조성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인내심과 성실로써 전쟁방지→긴장완화→평화정착→통일로 가는 작업을 추진할 작정입니다. 』
-서울∼평양간 직통전화만이라도 다시 이어질 수 없을까요.
『대화가 재개되면 전화재개야 저절로 될 일이죠. 평양 측에 대해 나로서도 하고싶은 얘기는 많습니다만 자극을 주고싶지 않기 때문에 말을 참는 거죠. 그렇지만 지난번 고 장기영위원장대리가 별세했을 때 평양 측 위원장대리가 조전 한 장 보내주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그런 최소한의 아량이라도 가져야 대화재개의 실마리가 풀리죠.
-북한에 대해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대화재개의 요체는 남북상호간의 불신제거입니다. 북한이 7·공동성명의 기본정신으로 되돌아오도록 어떤 방법으로든 남북이 서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선결문제죠.』연구원 활동으로 알게된 미·일·서구의 많은 석학들과의 교분이 자기의 큰 자산이라는 민 위원장대리는 자기의 이 자산이 남북관계에 어떤 기여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는 6월에는 미 「스탠퍼드」대 전략문제연구소와의 공동연구발표를 위해 도미도 할 계획.
『낙제생』등 4권의 저서도 냈고 그림·「테니스」등은 「아마추어」의 경지를 넘은 실력을 가진 민 박사는 『원래 말띠라서 그런지 뛰지 않고는 못사는 성격 아닙니까. 말(마)띠답게 열심히 뛰겠습니다』고 벌써부터 일에 대한 의욕이 넘쳐있다. <송진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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