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젓한 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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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프랑스」의 주간지 「파리·마치」는 재미있는 통계를 소개한 일이 있다. 「파리」에서 사회계층별로 신장율 조사한 내용이었다. 「리세」(고등학교) 최종학년 생도(17, 18세)의 평균 신장에서 흥미있는 것은 그들의 출신가문에 따라서 현저한 차이를 나타내는 사실이었다. 자본가나경영자의 아들은 평균1m78cm인것에 비해 노동자의 아들은 평균 1m73cm였다. 무려 5cm나 차이를 보여준 것이다. 중산층의 경우는 신장도 역시 중간형으로 175cm.
이들의 키는 주택지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났다. 고급주택들이 즐비한 「파리」8구, 16구에 사는 아이들은 13구나 19구의 아이들 보다 2cm나 컸다.
「프랑스」경우 남녀의 신장차이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흥미있는 사실이다. 이제까지 남녀성인의 경우, 그 키는 무려 9cm나 벌어져 있었다. 남자성인의 평균키는 1m74m, 여자의 경우는 1 m65cm였다.
그러나 최근 이 간격은 점차 좁혀져가는 경향이라고 한다. 지난 10년사이에 무려 2cm가까이나 줄어들었다.
그와같은 신장의 변화에 대한 해석은 구구하다. 일반적으로 지배자의 경우가 피지배자보다 체구가 크다는 것이 하나의 정세처럼 되어있다. 민족사이에도 마찬가지다.
「유럽」의 경우, 12세기부터 국가간에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가 무상했다. 이것은 「유럽」인의 신장을 고르게 자라도록한 역사적환경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프랑스」여성의 신장이 커가고 있다는것도 여성들의 지위와 사회참여에 비례한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프랑스」의 경우는 「테크노크라트」의 키가 대체로 커지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사회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지배자』들이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콩코드」기의 설계사·「파리·노르」공항의 건설기사, 그밖에 최첨단의 과학기술자들의 키를 보고 하는 얘기다.
요즘 우리나라 국민교생들의 신장이 눈에 띄게 향상 되었다는 통계는 반가운 일이다. 10년전에 비해 신장은 l·8cm내지 7·6cm나 커졌다는 것이다. 문교부집계에 따르면 그것은 일본어린이의 성장속도를 앞지르고 있다.
이와같은 현상은 우리의 생활환경이 그만큼 바뀌어가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하긴 요즘 어린이들의 도시락을 보면 왜 그들의 키가 커졌는지를 짐작할만하다.
옛 문헌을 보아도 우리의 선조들은 키가 컸던 것 같다. 오늘같이 거인행세를 하는 나라들이 많은 세상에선 키라도 커야 남의 눈에 의연해 보일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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