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창윤<서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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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요사이 국민학교 학생들이 가훈을 지어달라고 부모를 조르고 있다고 한다. 특정 국민학교장의 지시나 아니면 문교부 방침에 의한 것일지는 모르겠다.
가훈이 있는 집은 별문제겠지만 그렇지 않은 가문에서는 이 기회에 가훈을 어떻게 정하느냐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것을 보았다. 가통의 보전을 위하여 대대로 물려받은 것이 없다면 무언가 정해 놓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 가문마다의 전통과 특색을 살려 자녀 교육이나 후세에 지표로 삼는 것이 무척 의의 있는 일이라 여겨진다.
개인이나 가정·국가나 단체가 어떤 지향하는 뜻이 서있지 않다면 그 걸과는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우리 가문에도 명문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선고께서 늘 말씀하시던 것도 상기되고 이 기회에 뭔가 정해 보고자 생각하던 끝에 『최선을 다 하자』로 해보았다. 아직 사회경험도 적고 예술의 경지도 깊지 않은 그저 학생의 처지에서 내 개인의 인생관이나 처세의 지표로 삼고자함이 더 큰 이유이지만 자녀의 교육방침과도 연결하여 보면 가훈으로도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렇게 한 것이다.
최선을 다하는 마음은 청정무구하고 사심과 물욕이 없는 자세인 것이다.
누구나 각자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것이 바로 최선을 다 하는 것이요, 의리와 융화와 단결의 모태가 된다고 하겠다. 자기 수양과 예의 경지를 터득하기 위한 서예에서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연마하는 자세가 크게 요구되어진다.
역대 명현 명적과의 대화에서 지고·지순의 정신과 예도의 지향하는 뜻을 본받고 예술적 감흥과 풍류를 익히고 고아한 격을 익히는 것이 바로 서예를 연구하는 최선의 방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일시적 승부욕과 명예욕으로 추사나 왕희지를 운운하고 내실이 없는 허세로 자기자신을 변호해 보았자 먼 안목의 역사 의식에서 볼 때 도저히 용납 받을 수 없을 것이다.
현하 각지에서 서예 「붐」이 일고 공모전에 출품수도 많아지고 개인전·국제교류전이 빈번해지는 것은 자못 흐뭇한바 있다. 나아가 국력이 신장되고 문화예술의 창달이 이루어질 때 명실상부한 총력이 발휘되는 것이라 본다.
하나 일부 몰지각한 인사의 내용 없는 개인전이나 국제 교류전, 국민의 예술적 감각을 도외시하고 국가위신을 떨어뜨리는 교류전은 한탄스러운 일이라 서예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대오각성이 요구된다.
공해는 자동차공장 굴뚝에서 뿜어내는 시꺼먼 연기만이 아니다.
사도와 비리로써 역사와 전통을 무시하고 자기만이 대가라고 으스대는 것은 예술인의 겸허한 자세가 아니며 또한 지탄받아 옳을 것이다.
이러한 서예연구 자세가 서있다면 누구를 지도하고 누구를 가르친다는 말도 쉽게 나올 수도 없을 것이다.
오직 겸양의 태도로써 최선을 다해 공부하는 것뿐일 따름이다.
필자약력
▲1943년 경북 예천 출생
▲1967넌 중앙대 국문과 졸
▲1967·71년 국전 특선
▲1977년 개최 봄 국전 국무총리상
▲현재 제3석유 판매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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