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당면 교통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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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시는 날로 심각해져가고 있는 도시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 당면 교통 대책」을 마련, 올해부터 이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 대책의 골자는 승차난 해소를 위해 「버스」와 「택시」를 대폭 증차하고, 현재 용산∼서빙고∼왕십리∼청량리를 잇는 기존 철도에 간이역을 증설, 새로 상당량의 전동차를 투입함으로써 종로1호선 지하철과 연계하는 순환 교통체계를 이룩하겠다는 것 등이다.
이밖에도 이 대책은 「러시아워」의 교통인구의 집중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시차제를 확대 실시하고 「택시」의 LPG사용으로 매연공해를 방지하며, 장기적으로는 지하철 2호선의 건설을 추진하는 것도 포함돼있다.
우리 나라 수도 서울의 교통난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교통전쟁」으로 표현될 만큼 한계점에 이르렀고 시민들은 출퇴근 때뿐만 아니라, 하루종일 거의 어느 때건 아귀다툼을 벌여야 겨우 차를 얻어 탈 수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절박한 현실을 두고 볼 때 시 당국의 처방이 이번에도 흐지부지 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되겠다.
서울의 교통난을 이토록 심각하게 만든 주원인은 누구에게나 분명하다. 그 동안 자가용 승용차는 무제한 증차를 허가해 주면서도 대중교통수단인「버스」와 「택시」의 증차는 이를 마치 하나의 이권처럼 취급하여 부자연스런 억제조치를 취함으로써 교통인구 대 대중교통 수단의 균형이 철저히 무시되었을 뿐 아니라, 대중교통수단의 공공성·편리성을 보장할만한 대기업화에의 제도적 유인장치를 등한히 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서민을 외면한 교통행정의 소치로 단정하는데 조금도 주저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울시 당국이 이번 대책에서 올해 안으로 「버스」4백50대와 「택시」2천2백대를 늘릴 것을 과감하게 건의하고 나선 것은 만각이나마 서울의 교통지옥이 이제 그만큼 일각의 지체도 용서될 수 없을 만큼 심각해졌음을 인식한 소치라 평가된다.
하루8백95만 명의 교통인구를 안고있는 서울의 가장 큰 과제는 무엇보다도 「러시아워」의 교통소통 문제라 할 수 있다. 특히 아침8시∼9시 사이의 한시간 동안에는 전체교통인구의 30%에 이르는 2백68만5천여 명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정원60명인 「버스」에 1백50명까지의 시민을 짐짝처럼 실어 나르고, 「택시」의 공공연한 합승행위를 눈감아주어도 수십만 명이 제시간에 차를 탈 수 없는 형편이다.
시 당국은 「버스」의 증거로 하루 58만 여명, 「택시」증차로 30만 명, 순환 전철 운영으로 20만 명을 더 실어 나를 수 있고 시차제 확대실시로 4만 여명을 분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듯 하다.
그렇지만 이 같은 효과에 대한 기대와 함께 지적해야할 문제점도 없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현재 12.3%에 지나지 않는 서울의 도로율을 감안할 때, 대폭적인 증차로 초래 될 차량 체증현상의 심화를 어떻게 완화할 것인지 이에 대한 대책도 아울러 제시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차량이 늘어난 만큼 타기는 쉬워지더라도 막상 소통이 늦어져 제시간에 목적지까지 닿을 수 없다고 한다면 교통수단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은 기대할 수 없고 처음부터 타지 못한 것이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증차와 함께 신호체계·차선 정비·이면도로개발 등 도로의 수용력 증대에 소홀하지 않기를 당부하고자 한다.
교통환경은 이제 우리생활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을 갖는 것이기 때문에 교통문제 해결에는 시민 스스로의 이해와 협동도 불가결한 것임을 자각해야 할 줄 안다.
교통당국은 물론 운수업자·시민·운전기사가 동일한 목표를 향해 서로 노력하는데서 명랑한 교통환경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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