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편집국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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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점령일본에 7년 동안 군림했던「맥아더」장군은 언젠가 일본인의 정신연령을 12살 정도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일본인들은 두고두고 이 말을 언짢은 기분으로 입에 올린다.
12살이면 국민교 6년생. 중학도 못간 철부지의 어린이다.
일본인 자신도 때때로 그런 사실을 시인하며 부끄러워하고 있다. 일본 직업외교관으로 잠시「아르헨티나」대사도 지낸 일이 있는「가와사끼」라는 사람은『가면 벗은 일본인』이라는 영문서적을 발표해서 세계적인 물의를 빚은 일이 있었다. 그는 결국 일본국내의 물끓듯한 구설에 밀려 대사직도 사임하고 말았었다.
「가와사끼」는 일본인의 성격을 감상주의로 풍자했었다. 「올림픽·게임」같은 것을 보며 일본인은 걸핏하면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다. 그런「정서적 불안정」은 바로 12살의 연령과도 걸맞는다.
최근 평양을 방문중인 일본 유력지 Y신문 편집국장의 언행은 문득 30년 전 그「맥아더」장군의 밀어를 생각하게 한다.
일본은「저널리즘」조차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지 못한 것 같다. 한 때는 중공의 북경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벌어졌었다.
일본의 유력지들은 앞을 다투어 모택동의 우상화는 물론 중공 안에서의 모든 일들을 역사적이고 영웅적인 사건으로 찬양했었다. 좌경에의 일방적인 편향이 곧「자유언론의 꽃」인듯이 착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물론「저널리즘」의 값싼 상업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언론의 정도를「공정」보다는「속셈」에서 찾으려는 것이 일본신문들의 일반적인 속성이다.
그러나 이런 속성과 북한의 속성이 어울린「듀엣」은 더욱 고소를 자아낸다. 외신에 따르면 Y신문 편집국장은『주석 님』을 연발하며 북한의 면모를『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보도하는 것은 우리들의 영광스러운 의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른바「평양방송」의 전언이어서 그런 장광설의 행간을 정확히 짚어보기는 힘들지만, 한편으로는 일본언론의 정신연령도 한번쯤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필경은 평양방송의 파렴치한 과장과 왜곡도 있을 것 같다. 「진객」(?)을 불러들여 마음대로 그들의 꼭둑각시로 만들어 버리는 몰염치쯤은 그들의「모럴」로는 예사로운 일일 수도 있다.
다만 우리가 가소로운 것은 북한의 그런 속성에 스스로 말려 들어가는 일본「저널리즘」의 유치한 상업주의이다. 언론의 정도로 보나, 국제정치의「모럴」로 보나, 그 어느 모로 보아도 어색하고, 비현실적이고, 무책임한 평가와 행동에 말려드는 일본언론은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신문조차도 전후 30년이 지나도록 철이 덜 든 것 같다. 상대가 북한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까맣게 잊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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