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적 정의 앞세운 외교시대 지났다|17일 귀국한 전 주미대사 함병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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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양적인 정의를 앞세워 한미외교를 할 시대는 지났다-.』 한미관계가 가장 어려웠던 지난 3년6개월간 주미대사직을 맡았던 함병춘 전 주미대사는『국가 대 국가의 관계란 한치의 양보도 없는 냉혹한 이해관계』임을 말하며 한미관계도 이런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함 대사는『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고 할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해 일했다』고 했다.
다음은 17일 귀국한 함 대사와의 일문일답.
-「카터」행정부의 한미관계 전개방향은?
『국가간의 관계는 감상, 특히 동양인의 정의로써는 해결되지 않는다.
각기 다른 국가 이익을 조화시키기 위해서는 과거에의 집착보다 앞을 내다보는 이성과 합리적 판단만이 필요할 뿐이다. 미국의 정책은 주한미군 철수계획 뿐 아니라 모든 면에 걸쳐 그들의 현재와 장래의 국익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우리가 보다 더 주권독립 국가로서 힘을 발휘하려면 안보·국방 면에서 자주적 역량을 키우는 길밖에 없다. 박동선 사건·김상근 사건·도청문제 등 한미 3대 현안은 미국내의 문제로 법 절차를 밟아야 하므로 시간은 걸리겠지만 잘 수습될 것으로 본다.』
-미국정부의 한국인영주권 소지자들에 대한 북괴여행 제한해제조치를 어떻게 보는지?
『미국은 미국대로 주권행사와 법률이 있다. 미 영토 내에 살고있는 영주권 자에 대해서는 미국정부가 1차적 주권행사를 하도록 돼있다. 때문에 우리정부가 의사를 반영시키는데는 문제점이 많다.
그러나 여행 제한이 뚫렸다고 해서 미국에 곧 조총련과 같은 반한 단체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은 기우다.』
-「카터」행정부의 대 북괴정책변화 조짐은 어떤가? 『여행의 자유는 미국헌법이 무조건 보장하는 절대적 자유로서 지금까지 제한해온 것이 오히려 위헌이었으며 또 법적 실효성도 없었다. 미정부가 실효성 없는 그들의 여행제한을 철폐한 것을 두고 유독「대 북괴정책변화」운운으로 해석하는 것은 과민으로밖에 볼 수 없다.』
-미국이 주한 미 지상군철수계획과 관련해 공식협의 시기와 소·중공과의 접촉사실을 알려온 적이 있는지?
『내가「워싱턴」을 떠날 때까지는 그런 적이 없다.
공식협의 시기와 방법은 물론 중공에 통상적인 경로로 미국이 어떻게 설명했는지는 모른다. 다만 미국은「아시아」의 큰 우방으로서 일본에는 대화를 하고있는 것으로 안다.』
대학 교단에 복귀한다는 얘기가 있지만 함 대사는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전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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