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범죄와 재산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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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자유형 중심의 식품범죄 처벌법규를 재산형 위주로 개정한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현행 형벌제도가 전반적으로 완화되고, 형벌의 중심이 자유형보다는 재산형 위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을 줄곧 주장해왔다. 특히 식품범죄같이 단순히 돈을 벌려는 목적에서 자행되는 범죄에는 무거운 재산적 손실을 입히는 방법보다 더 효과적인 응징은 없다.
선진국들의 형벌제도가 이미 오래 전부터 재산형 위주로 전환되고있는 이유의 하나도 이 까닭이라 하겠다.
이러한 형벌제도의 세계적인 발전 방향에도 불구하고 여지껏 우리의 형벌제도는 재산형이 아닌 자유형, 그 중에서도 중형주의에 안주해왔다. 어떤 의미에선 안주를 넘어 시간이 흐를수록 중형위주로 변모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마저 든다.
일본의 구 형법을 발전시긴 우리 형법의 형량은 현행 일본형법에 비해서도 오히려 온건한 편이었다. 일본형법에 비해 범죄구성 요건이 세밀해 범죄의 흉악성이 적은 단순범죄의 경우에는 보통 형량의 최고한도가 일본보다도 낮게 조정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형벌의 온건성은 일반법인 형법으로 그치고만 느낌이다. 벌칙이 강화된 갖가지 이름의 특별법이 하도 많이 제정돼 이 같은 형법의 온건성이 거의 침식되다시피 한 것이다.
국회가 한번 열렸다하면 대개 수십 건 내지 1백여 건의 법률안이 통과되는데 이중 상당수가 처벌규정을 새로 만들거나 벌칙을 강화하는 것들이었다.
입법의 현실이 이런 마당에 형벌을 전반적으로 완화하라느니, 재산형 위주로 전환하라느니 하는 주장은 비현실적인 이상론처럼 들릴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오히려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그같은 현실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더욱 값지고 절박한 것이 아닐까.
아무튼 보건범죄 특별조치법과 식품위생법을 고쳐 유해식품을 제조·판매한 범죄를 자유형보다는 재산형으로 처벌하겠다는 데는 찬성이다.
비단 식품범죄 뿐이 아니다. 탈세·공해사범·공정거래법위반 등 돈을 벌기 위해, 또는 돈이 아까와 저지르는 경제사범에 대해선 불법으로 영득 했거나 영득 하려했던 이상의 재산적 손실을 주는 재산형 위주 형벌의 확대가 바람직하다.
형벌이 궁극적으로 예방과 교화를 통해 범법자의 사회복귀를 목표로 한 것인 만큼 단기 신체형이란 원리적으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다만 재산형위주가 되기 위해선 죄질에 따라 벌금의 액수를 대폭 올려 신체에 과하는 자유형 이상으로 범죄에 대한 유혹을 억제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사실 죄의 질이나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생각하면 식품범죄는 매우 악질적인 범죄행위다. 식품범죄 뿐만 아니라 다른 경제사범의 경우에도 동정의 여지가 거의 없는 범죄행위가 상당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유형의 범죄에 대한 처벌방식을 재산형 위주로 바꾸는 것은 형벌의 완화란 측면보다는 범죄예방과 처벌의 효과란 측면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이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이 재산형을 일률적으로 자유형이나 자격형보다 경하게 취급하는 형법의 규정이다.
그 규정 때문에 중요한 범죄로 다뤄야 할 사안은 그 성질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자유형을 과하는 경직성을 띠게된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재산형을 형벌의 주종으로 삼기 위해선 죄질이 나빠 일정선 이상 고액의 벌금형을 받게되는 경우에는 법적으로 자유형과 유사한 불리한 전과로 규정하는 것도 아울러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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