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아시아 최대 저가항공 들어온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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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올해로 우리나라의 저비용항공은 10년째가 된다. 최근까지 그동안의 축적된 노하우를 가지고 경쟁적으로 국제시장에 뛰어들어 지난해에는 5개 저비용항공사 모두가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국의 저비용항공사와 요금과 스케줄로 승부해야 하는 본격적인 경쟁은 이제부터다. 현재 동남아 거점의 저비용항공사들은 저렴한 비용 구조로 잠재적인 경쟁력 측면에서 국내 항공사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국내 항공사들이 서비스로 경쟁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아시아 지역 최대 저비용항공사인 에어아시아는 아예 한국에 항공사를 차릴 준비를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를 거점으로 이미 80여 대의 항공기를 운영하고 있는 이 항공사는 현재 주문해 놓은 항공기만도 300대가 넘는다. 한국에도 진출한다면, 태국과 인도네시아·필리핀·인도에 이어 다섯 번째 자회사가 된다.

 에어아시아는 거점인 동남아시장에서 경쟁이 심해지자 동북아 지역으로 눈을 돌려왔다. 2012년에는 ‘에어아시아 재팬’을 설립했지만 일본의 높은 물가와 고비용 구조로 1년 만에 합자법인을 해산했다. 실패를 경험 삼아 동북아시장의 교두보 확보를 위해 표적을 삼은 것이 바로 한국이다. 국영항공사들을 상대해야 하는 중국보다는 한국 시장을 택한 것이다.

 궁금한 것은 ‘에어아시아코리아(가칭)’의 국적항공사 여부다. 계획대로 에어아시아가 25%의 지분만을 보유한다면 분명 한국 국적의 항공사가 된다. 그러나 경영권 차원에서 보면, 재무적 투자자를 비롯한 우호지분을 통해 사실상 완전한 지배가 가능할 것이다. 무늬는 한국의 국적항공사, 실질적으로는 외국항공사인 것이다.

 운송실적 면에서 세계 15위로 평가되는 국내 항공업계는 전체 여객의 5%를 밑도는 취약한 국내 노선 기반으로 인해 모두 국제노선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최근 늘어난 한·중 노선은 당분간 국내 항공사들에는 숨통을 트는 돌파구가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본격적으로 밀려들 중국의 저비용항공사를 상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겨 주고 있다.

 이처럼 본격화되는 외국항공사들의 현지화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제도 정비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기간산업인 항공운송은 주권의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단순히 법인을 등록하는 국가라고 해서 국적항공사가 될 수는 없다. 각국이 항공산업을 단순히 교통수단이 아닌 안보와 국가 정책으로 다루면서 보호·육성하고 있다.

 다음으로, 기업을 사실상 지배하는 경우를 포함해 외국 지분을 50% 미만으로 정하고 있는 것은 지나치게 개방적이다. 의결권의 3분의 1 내지 25% 미만으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중국 등의 수준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당장의 값싼 항공권 공급에만 초점을 맞추다가 국적 항공사들이 부실해지면 결국 국내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되지 못할 것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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