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지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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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달, 「아르헨티나」의 「알델풀라타」란 곳에서는 인류의 생존과 관계되는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유엔」물 회의. 근 2주에 걸친 회의의 결론은 한마디로 큰일 났다는 것이었다.
이대로 가면 서기 2천년에는 지금의 4배나 되는 물이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새 수자원 개발은 적어도 10년이 걸린다.
지구상의 물중에서 식수로 쓸 수 있는 담수는 0·65% 뿐이다. 그러나 이것마저 오염되어 가고 있다. 40억의 세계 인구 중에서 70%가 비위생적인 물을 쓰고 있다는 것이 「유엔」측 통계다.
세계에서 제일 투명하다는 소련의 「바이칼」호도 「펄프」 폐액으로 오염되어 버렸다. 미국의 오대호, 구주의 「라인」강은 물론이다.
담수의 오염은 끔찍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공업화에 따르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가령 승용차 하나를 만드는데 4백t의 물이 소요된다. 철강 1t을 만드는데는 90t이, 인쇄물 1t에는 5백t의 물이 각각 필요하다. 쌀도 1kg당 4·5t이, 우육은 20t이나 쓰인다.
이렇게 물만 쓰이는 것으로 끝나지도 않는다. 한번 사용된 물의 80%는 오염되고 만다. 특히 공업 용수의 경우는 그 25배나 되는 물을 2차 오염시키고 마는 것이다.
사람들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물의 절대량 부족은 해마다 늘어만 가고 있다. 그것을 메우자면 연간 적어도 90억「달러」의 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유엔」의 추산이다. 식량증산을 위한 물까지 생각하면 해마다 적어도 3백억「달러」씩은 투자해야 한다. 정말로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새 수자원으로 가장 탐나는 것은 남극의 빙산들이다. 가령 10억t짜리 빙산 하나를 끌어온다면 인구 1백만의 도시가 5년쯤은 쓸 수 있다.
이것은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칠레」「오스트레일리아」등에서 구상 중이라 한다. 빙산은 수만년 전의 눈이 얼어붙은 담수의 덩어리다. 따라서 수질도 최고다. 그러나 아무리 빙산이 많다해도 그걸 각국에서 다투어 쓴다면 10년도 가지 않을 것이다. 가뜩이나 이처럼 물이 귀한 판에 올해에는 온 세계가 극심한 가뭄으로 야단이다. 「위스콘신」 대학의 환경 연구 소장은 『올 여름에 미국은 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을 가능성이 짙다』고 발표했다. 가뭄은 이미 서부를 휩쓸고 있다.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는 최근호에서 가뭄 특집호까지 냈다.
그런가하면 영 정부도 지난달 3일에 가뭄 경보를 냈다. 우리 나라의 관상학에서는 아직 장기 예보를 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난겨울부터의 이상 기상으로 미뤄 우리도 물 대책을 미리 해 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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