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밤이 남아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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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작년부터 초과 공급되고 있는 밤이 오는 81년에는 기존 밤나무만으로도 세계교역 총량과 맞먹는 5만여t이나 남아돌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유실수 조림시책의 일대 전환이 촉구되고 있다.
76년 현재 밤 생산 실적은 1만7천2백t(산림청집계).
그러나 국내수요는 1만4천8백t(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밖에 안돼 2천4백t이나 초과 공급됐다. 75년에 국내수요보다 4천t이나 모자랐던 것이 76년 들어 양상이 달라져 이제부터는 밤나무를 더 이상 심지 않는다고 해도 밤 공급 과잉현상은 해마다 더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작년에는 초과공급량이 2천4백t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8천8백t, 78년에는 1만7천4백t, 79년 2만6천t, 80년 3만6천2백t, 그리고 81년에는 5만7백t 이나 각각 남아도는 것으로 KIST의 조사결과 밝혀졌다.
이처럼 밤이 과잉공급되고 있는 것은 국내수요와 수출수요를 모두 과대평가, 수요를 감안하지 않고 중식에만 치우쳤기 때문이다.
국내수요는 74년 1만1천5백t, 75년 1만3천1백t, 76년 1만4천8백t등으로 연간 13∼14%밖에 증가하지 않고 있는데 비해 밤 생산량은 68년 이후부터의 확대조림으로 연간 90%씩(75∼76) 증가했다.
해외수요도 76년 들어 파격적으로 늘어 5백여t을 수출, 전년비 10배 이상 늘었지만 국내 초과 공급량을 불과 7%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수출수요 개척 전망도 결코 밝지 못한 실정이다.
최대의 수출시장인 일본의 밤 수입량은 연간 2만t 수준.
「프랑스」·미국 등 기타 수입국들의 수입량을 모두 합쳐도 고작 5만t밖에 안된다.
79년부터는 국내 초과공급분 2만6천t을 전량 일본에 수출한다고 가정해도 6천t이나 남아돈다.
또 81년부터는 세계교역 총량 5만t이 국내 초과공급량만으로도 충족된다는 계산이 된다.
세계적 밤 생산국들이 모두 밤수출을 중단해야만 수급의 균형을 맞추게 된다.
인구 1억이 넘는 세계적인 밤 소비국인 일본의 밤 수요량이 연간 7만t 수준밖에 안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의 밤 적정 공급량은 일본의 3분의1 수준인 2만t 내외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공급과잉 현상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밤나무 조림시책을 계속 강화하고 있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는 금년부터 오는 82년까지 비록 당초 계획보다는 5만여ha를 축소 조정했다고는 하지만 밤나무 식재 면적을 이미 심겨져 있는 밤나무 조림 총면적 14만3천ha보다 1천4백ha나 더 많은 15만7천ha로 잡고 있는 것이다.
기존 밤나무 만으로도 81년에 가서는 5만여t이나 남아 도는데도 불구하고 더 이상 밤나무를 심는다면 80년대 중반기부터는 적어도 10만t 이상의 공급과잉 현상을 빚어낼 것이 틀림없다.
세계교역 총량을 배나 초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계 밤 시장을 독점하고 거기에 국내 밤 수요도 지금보다 10배 이상 늘려야 비로소 밤 수급은 안정될 수 있다.
수요를 도외시한 중산 일변도 정책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가 하는 것은 최근의 생사문제가 중명하고 있다.
밤은 특히 산지개발을 촉진시킨 대표적 촉매제 구실을 해왔다.
밤나무 조림을 권장하면서부터 비로소 조림이 소득과 연결됐고 이는 곧 일반국민의 조림의욕을 불러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의 하나가 됐다.
밤의 공급과잉→밤가격 폭락→밤나무 재배농가 타격등으로 악순환되어 모처럼 일기 시작한 범국민적 조림「붐」에 제동이 걸린다면 밤나무 재배농가의 타격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 틀림없다.
밤나무 재배농가에 계속 소득을 보장해주고 또 유실수의 균형적 조림을 위해서라도 밤나무 조림확대 시책은 더 이상 지속되지 않는 것이 소망스럽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밤 이외에도 수익성이 높고 잠재수요도 많은 유실수로 은행·살구·호두·오동나무 등이 얼마든지 있지 때문이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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