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 김신권 명예회장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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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독(옛 한독약품) 창업자인 김신권(사진) 명예회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노환으로 별세했다. 92세.

평안북도 의주에서 태어난 고(故) 김 명예회장은 열아홉 살이던 1941년 중국 만주 안둥시에서 금원당 약방으로 제약 인생을 시작했다. 일본인 약방 밀집지역이던 안둥시에서 김 회장은 직접 가정집 대문을 두드리는 방문판매와 친절한 복약지도로 크게 성공했다. 이후 54년 한독약품의 전신인 연합약품을 창업하고, 57년 국내 제약사 최초로 외국 제약사인 독일 훽스트(현 사노피)와 기술 제휴해 선진 제약기술을 도입했다. 64년엔 훽스트사와 합작 제휴를 시작한 동시에, 한독의약박물관을 설립해 사라져가던 국내 의약학 사료 보존에 앞장서는 등 제약산업의 과거와 미래를 함께 챙겼다.

고인은 특히 파격적인 사내 복지제도를 도입해 한독을 ‘여성이 일하기 좋은 제약회사’로 키워낸 경영인이다. 70년대 후반부터 임직원 자녀 2명에 대해 대학까지 학자금 전액을 지원하고, 제약업계 최초로 주5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75년에는 직원들에게 “노동조합을 만들어보라”고 권유해 한독에 노조가 만들어질 정도로, 노사간의 화합과 신뢰를 중시한 경영 철학으로도 유명하다. 고인은 2012년 펴낸 회고록에서 “제약업계에 첫발을 내딛을 때부터 항상 신뢰라는 단어를 생각하며 살았다”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김영진 한독 회장 등 2남 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 발인은 3일 오전 6시 30분이다. 영결식은 3일 오후 충북 음성 한독의약박물관에서 회사장으로 치러진다. 02-2227-7550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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