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세의 투기성 등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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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증권시장에 장기침체 기미가 보이고 있다.
3월 중순 이후 계속하여 주가는 떨어지고 거래량도 줄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증시의 침체현상은 건설업종 주가의 동결, 부동산 투기의 재연, 대미 TV수출의 타격 예상 등에 기인된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종의 주가는 증권업자의 자율적인 조처라는 형식을 빌어 3월9일선으로 동결되었다. 그동안 증시의 활기를 주도했던 건설업종의 주가 동결은 심리적으로 경기침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또 전자업종의 주식도 매우 거래가 활발했으나 미국이 TV수입에 대해 규제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발표가 나오자 계속적인 하락세로 반전했다.
이런 증시의 악재에 겹쳐 강남「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투기「붐」이 다시 일어나고 또 정부가 양도소득세를 완화함에 따라 증시의 투기 대금이 썰물같이 빠져나가 증시 침체를 가속시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여의도 모「아파트」의 추첨엔 약2백억원의 자금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증시와 부동산 경기는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
부동산이 침체하면 증시로 돈이 몰려 활기를 띠고, 부동산이 활기를 찾으면 증시는 위축된다. 증시의 기반이 그만큼 취약한 것이다. 「양철시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증시가 삽시간에 과열되고 또 냉각된다.
이렇듯 증시에서 돈이 빠져나가 그것이 바로 부동산 투기의 화약이 된다는 것은 결코 소망스러운 일이 못된다. 정부가 금년에 부동산 경기를 일으키겠다는 것은 주택을 많이 짓도록 하겠다는데 근본 목적이 있는 것이지 부동산 투기를 일으키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조치가 증시침체·부동산 투기의 재연이라는 엉뚱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증시의 돈이 십시간에 빠지는 것은 소위 투기적 주주가 많다는 뜻이다. 정상적인 배당을 바라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단기간의 매매 차익을 노려 투기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증시가 양철지붕처럼 쉽게 뜨거워지고 또 쉽게 식는 것이다. 물론 증시엔 다소 투기적인 요인이 없을 수 없지만, 요즘의 증시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 아니할 수 없다. 주식의 시세는 근원적으로 경영실적에 바탕을 둔 배당 전망에 좌우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인 투기 요인이 너무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증시의 투기적 체질은 안정 태반이 확고히 따져지지 못한데다 증시의 외형실적에 너무 집착하여 증시를 너무 무리하게 육성시키려는데 원인이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가 획기적으로 늘었지만, 증권이 국민생활에 얼마큼 침투·보급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증시가 건실히 발전하려면 주식 대중화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증시 육성이 다소 늦더라도 증권투자는 정기예금이나 은행 자금과 마찬가지의 저축 및 재산운용의 한 형태로 인식되어야지 일확천금을 할 수 있는 투기로 생각되어선 아주 위험한 열이다.
매매 차익의 묘미를 노려 단기 부동자금이 몰려드는 것은 결코 소망스러운 일이 못되며, 증권투자의 그러한 풍조는 장기적인 증시육성에 오히려 저주 요인이 된다. 물론 정부도 외형실적에 집착한 조급한 공개 유도나 무리한 팽창 시책은 삼가야 할 것이다.
증시의 장기 침체는 상당히 우려할 만 한 사태다.
기업이 주식발행 등을 통해 직접 자금을 조달하고 국민들이 증권투자에 참여하는 정점이 바로 증시이기 때문이다. 또 부동자금이 증시를 빠져나가 부동산이나 환물투기로 나타나면 물가 안정에도 큰 위험이 된다.
정부는 최근의 증시침체를 계기로 증시 발전의 저해요인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제거하고 장기적인 증시 육성의 기반을 다질 수 있을지 다시 한번 냉철히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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