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엔 대만으로 배추 수출, 가을엔 절임배추로 연수익 1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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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식 무학촌농장 대표가 봄배추 모종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그는 ‘농사도 변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농촌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프리랜서 진수학]

봄배추 1만5000포기, 가을배추 5만 포기를 수확하며 연 매출 1억5000만원을 올리는 농사꾼이 있다. 최성식(44) 무학촌농장 대표가 주인공이다. 봄배추는 모두 대만으로 수출하고, 가을배추는 전량절임배추로 가공해 판매한다. ‘농사도 변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농촌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최 대표를 만나 성공스토리를 들었다.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이었던 최씨. 어려서부터 늘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왜 대부분 가난할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일년 내내 농사일로 바쁘지만 소득은 적어 어렵게 가정을 꾸려가는 아버지가 안타까웠다. 대학 2학년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그는 결심했다. ‘잘사는 농사꾼이 돼보자’고.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반대했다. 명문대를 졸업한 총각이 가난한 아버지의 대를 이어 농사를 짓겠다고 하니 모두가 “어리석은 짓”이라며 말렸다. 더구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땅이나 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대학을 졸업한 1997년 고향인 아산시 배방읍으로 돌아와 농사를 짓는 이웃 주민들의 도우미로 5년간 일했다.

 “돈도, 기술도 없었어요. 가진 거라곤 건강한 몸 뿐이었죠. 5년 동안 열심히 이곳 저곳에서 일하며 품삯을 받았어요. 몸이 피곤하니 돈을 쓸 시간이 없더군요. 착실히 모은 돈으로 산 땅과 빌린 밭에 농사를 짓기 시작했죠.”

 동네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1만 6000여 ㎡ (5000여 평)에 배추·오이농사를 지었다. 농사일을 해보니 그동안 가졌던 의문이 풀렸다.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는 농사꾼은 대부분 가난하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중간사업자, 이른바 ‘밭떼기’에 작물을 싼 값에 넘기니 수익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거의 모든 농사꾼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위해 작물을 수확하기 전 밭떼기와 계약을 합니다. 예를 들면 소비자가 포기당 1000원에 사 먹는 배추를 밭떼기는 농사꾼에게서 200원에 사들이죠. 그 대신 배추밭 관리부터 수확까지 밭떼기가 해줍니다. 농사꾼은 밭떼기와 계약하면 씨앗 뿌리고 물 대주는 게 끝인 셈이에요.”

 최씨는 이런 불합리한 수익구조가 못마땅했다. 배추 한 포기를 수확하더라도 직접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중간사업자와는 거래하지 않겠다는 철칙을 세웠다. 하지만 중간사업자와 처음부터 거래를 하지 않으니 유통 판로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고민하던 중 배방농협에서 배추를 대만으로 수출할 농사꾼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동참했다. 수출의 경우 중간사업자가 없고 상품의 규격이나 질을 따지는 기준이 엄격하다. 그래서 많은 농사꾼이 도전을 포기한다.

2차 가공산업으로 새로운 도전

봄배추를 수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최씨는 새로운 도전 목표를 찾았다. 우리나라 배추 소비량은 김장철인 가을에 가장 많은 점을 적극 활용했다. 마음 맞는 이웃 2명과 함께 작목반을 결성해 절임배추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 첫 해인 2009년엔 500여 포기의 절임배추를 생산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차츰 절임배추의 양을 늘렸고, 이웃 주민도 하나둘씩 동참했다.

 “중간 도매상 없이 직접 배추를 절여 소비자에게 택배로 보내주죠. 금방 수확한 배추를 바로 절이므로 신선도가 유지되는 장점이 있었죠. 전국적으로 절임배추 소비량이 많아 공급이 달립니다. 절임배추로 김장을 하기 때문이죠.”

 입소문을 타고 그의 농장에서 생산되는 절임배추는 전국 각지로 팔려나갔다. 중간사업자와 계약하지 않고 재배부터 수확, 2차 가공산업까지 직접 하니 수익률이 높다. 최씨는 연 매출 1억5000만원에 순수익이 1억원을 넘는다고 한다.

 최씨는 배추농사 외에 오이농사와 한우농장을 운영하며 짭짤한 수익을 올린다. 배추농사를 쉬는 여름과 겨울에도 돈을 벌기 위해서다. 사계절 농사꾼이다 보니 하루 4시간밖에 못 잔다. 그의 꿈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 절임배추 사업에 더욱 많은 주민을 참여시키고 싶어요. 농사꾼이 진정한 ‘갑’이 되는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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