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KS표시 제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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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기업의 본분은 모름지기 보다 좋은 제품을 보다 싼값으로 소비자들에게 공급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하는데 있다.
기업이 자기가 생산한 제품에 대한 품질보증의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은 너무나 망연한 일이며, 그것은 곧 기업이 궁극적으로 경쟁에서 이기는 길이기도 하다.
한데 최근 공업 진흥청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KS표시허가 품목가운데 규격 및 품질기준에 미달하는 불량품들이 없지 않으며 더구나 그 중에 시장점유율이 높은 유명 「메이커」들의 제품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시험결과가 나온 것만 갖고 우선 중간 발표한 것이지만 세탁비누 등 5개 품목 9개 업체 제품이 불합격품으로 판정된 것인 만큼 앞으로 검사가 완결되면 더 많은 불량품들이 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부인키 어렵다.
그동안 당국은 품질관리법·전기용품 안전관리법 등을 근거로 일반공산품에 대한 품질단속을 실시,적발된 불량품은 수없이 많으나, 지난 62년 KS제도가 시행된 이후 KS표시품목 가운데서도 불량품이 있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은 이번이 차음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인 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
KS표시는 우리의 공산품 가운데 우량품을 골라 국가가 그 품질과 규격을 보증한 것인 만큼 만일 KS표시품조차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국내외에 성행하게 되면 이는 우리의 공산품 전체에 대한 신용을 잃게 하고, 나아가 국가 자체의 위신을 떨어뜨리게 하는 것이다.
공진청은 작년에 2백%개 품목 3만5백1개 업체를 대상으로 품질단속을 실시한 결과 15%에 해당하는 4천6백23개 업체의 제품이 불량 내지 규격위반으로 밝혀져 그 중 31개 업체는 허가취소, 1천6백63개 업체에 대해선 아직 팔리지 않은 상품을 수거하도록 조치한바 있다.
올해 들어서도 약 두달 사이에 품질 및 규격에 미달한 불합격품을 생산한 업체를 2백14개나 적발, 조치됐다. 그렇다면 이처럼 규격에 맞지 않는 틀린 불량품들을 버젓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업풍토와 기업가의 자세는 어디서부터 유래하는 것이겠는가. 차제에 우리 모두가 심각한 반성이 없어서는 아니 되겠다.
선진국에서는 정부가 직접 공산품의 품질관리와 이에 대한 단속을 실시한다는 일은 도시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애당초부터 정부가 좋은 물건을 잘 만들라고 일부러 간섭, 규제할 필요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결국 제품의 품질 및 가격 그리고 「서비스」경쟁으로 승부를 다투는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자기가 만든 제품에 대해선 긍지를 갖는 것이 전통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현재 공산품 품질 관리법으로 1백64개 품목,전기용품 안전관리법으로 13개 품목,계량법으로 69개 품목, 열 관리법으로 45개 품목, 고력「개스」안전관리법으로 7개품목 등 모두 2백98개 품목에 대해 품질·규격규제를 하고있으며, 공업표준화법으로 KS표시품(현재2백71개 품목)을 단속하도록 법적 장치가 되어있다.
또 각 기업체별로도 품질관리(QC)운동을 활발히 전개, 자발적으로 품질향상을 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법적 장치와 QC운동에도 불구하고 표시와 내용이 틀리는 불량품들이 판을 친다는 것은 기업이 정당하게 경쟁하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자세가 확립되어 있지 않다는 증거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KS표시품에 불량품이 섞여 있다든가,품질조사에서 조사대상의 15%가 불합격품으로 판정되는 일은 후진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부끄러운 현장임을 철저히 깨달아야만 하겠다.
좋은 상품을 만들어내는 1차적인 책임은 기업에 있다. 그러나 불량품이 버젓이 행세할 수 있도록 되기까지는 당국의 단속소홀과 소비자들의 고발정신 부족도 적지 않은 원인이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불량품을 만들어 공급했을 때 이를 고발하고 불매운동이라도 벌여서 불량품 기업을 퇴치시켜야 한다.
기업은 좋은 상품을 만들고 소비자들은 좋은 기업을 키우는 풍토가 하루속히 조성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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