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값·쇠고기 값·수업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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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고도성장 뒤의 물가안정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우리는 올해에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될 것 같다.
사상 최고의 고도성장을 한 73년의 다음해인 74년엔 석유파동까지 겹쳐 연율 40%가 넘는 물가광란을 치렀던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77년의 한국경제도 또한 구조적으로 물가가 불안하게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76년에 30·5%나 팽창한 통화량과 획기적인 국제수지 개선이 초과수요 요인을 이루고 있고, 국제원자재 값 앙등·임금인상 등 원가상승요인이 적지 않다.
또 한편 작년의 물가상승률을 8·9%로 억제한데 대한 반작용도 크다.
강력한 정부의 가격통제에 의해 값이 묶였지만, 그 값으론 확대재생산이 어렵기 때문에 금년 들어 가격의 대폭인상으로 터지는 것이다.
이번에 대폭인상을 허가한 석탄·연탄 값과 수업료·쇠고기 값도 오래 전부터 누적돼 왔던 상승요인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 석탄·연탄은 작년 5월 가격인상 때부터 재 인상의 요인이 배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업계의 25% 인상요청에 대해 석탄은11·9%, 연탄은 2·9%의 인상만 허용했었다.
그런데 이러한 가격으로는 석탄증산과 새로운 탄광의 개발은 불가능하다고 업계에선 아우성을 쳤었다.
그 결과 작년 중 80여 개 업체가 휴-폐업을 하고 생산실직이 크게 떨어졌다. 때문에 상공부는 금년 초 석탄 값의 55%인상을 주장하고, 이것이 기획원과의 협의과정에서 34%인상으로 낙착된 것이다.
상공부의 55%인상 주장이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작년 5월의 탄가인상이 비현실적으로 낮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작년 5월 이후 불과 8개월 동안에 원가상승요인이 55%나 된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원가요인을 무시한 가격통제는 물가안정에 하등의 도움은커녕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낸다는 것은 비싼 대가를 치르고 이번에 톡톡히 교훈을 받은 셈이다.
탄가의 인상이 이제는 단 몇 주일을 더 늦출 수 없을 만큼 절박하게 됨으로서 14년 내의 혹한 중에 단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상공부의 55% 인상주장을 기획원이 34%로 깎은 데 대해 박수를 보내면서도 일말의 불안감을 느낀다.
석탄·연탄은 국민생활에 한시라도 뗄 수 없는 생필품인 것만큼 값의 안정과 더불어 수급의 원활히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소비자의 부담과 증산의욕을 조화시킬 수 있는 가격정책을 조심스럽게 펴 나가기를 당부하고 싶다. 석탄·연탄은 다른 것과 달라 간단히 수입해서 쓸 수도 없고, 또 소비를 줄이기도 힘들다.
석탄이 없으면 기름을 많이 쓰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탄가는 유가와의 균형을 생각해서 책정해야 할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연탄 값은 서민부담에 직결되는 만큼 그 원가를 줄일 수 있는 정부지원도 검토해 볼만하다.
수업료의 25%인상은 교원처우개선 등을 위하여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학부형의 부담 면에선 상당히 고통스러울 것이다. 수업료는 앞으로도 계속 높여 가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므로 교육에 대한 정부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든지. 또는 고교 추첨제를 포함한 교육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함을 나타내고 있다.
쇠고기 값의 인상은 이미 올라 있는 것의 추 인에 불과하고, 3천t의 수입은 값 안정을 위한「캠플」요법이라 볼 수 있다. 쇠고기까지 수입하기에 이른 그 동안의 축산정책의 미흡을 탓할 뿐이다.
탄가·수업료·쇠고기 값의 인상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1·89%라 한다. 앞으로 또 필연적인 석유 값 인상과 그에 뒤이을 연쇄인상 여파까지 고려할 때, 금년 물가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76년의 고도성장 중에서 물가가 8·9%상승으로 억제된 후유증이 금년에 나타날 것을 미리 경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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