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당 대표의 기자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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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철승 신민당 대표 최고위원은 26일 연두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전반에 관해 그의 소견을 밝혔다. 회견의 기조는 정치·경제·문화 등 국민생활의 모든 부문을 보다 활성화하자는 데 있는 것 같다.
야당이 국민의 비판적 의사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국정에 대한 제1 야당 대표의 견해는 항상 적지 않은 무게를 지녀왔다. 그렇기 때문에 그 견해 표명에는 남다른 책임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회견에서 개진 된 이 대표의 당면문제 지적은 대체로 현실적이다. 문제 감각이나 처방의 제시가 다분히 정치 선전적이기보다는 정책대안 제시에 애 쓴 체취가 풍긴다.
특히 주한 미군 철수문제와 관련해 대 내외적인 안전장치를 선행하여야한다는 입장에서는 당국자들에 못지 않은 대공 경계심이 엿 보였다. 기본적으로 국내정치에서 그는 「국시인 자유민주주의」와 「생존 과제인 총력안보」를 동등한 차원에 두어 이 두 명제의 조화있는 균형을 강조하고자한 것 같다. 이러한 논법은 「중도 통합론」이란 평소 그의 지론에서 나온 것으로 새삼스럽다 할 것은 아니겠다.
그 견해는 자유민주주의적 정치양식을 강조하는 측에서나, 안보 제1주의적 입장을 강조하는 측에서나 모두 경원되기 쉬운 논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그렇게 간단히 단정해버릴 일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북괴의 부단한 침략 위협에 처해 있는 우리의 현실과 민주주의란 우리의 이상은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우리의 존재기반이기 때문이다.
물론 안보와 자유민주주의는 선택이 가능한 두개의 개념은 아니다. 그렇지만 어느 쪽이 중요하다는 현실적인 요청은 있을 수 있는 것이고, 현 싯점에서 조화 있는 균형의 강조가 정치의 활성화로 나타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고 하겠다.
원래 정치·경제·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절도 있는 활기는 안보를 위태롭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굳건히 하는 것인 만큼 야당 측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활성화의 길은 꾸준히 모색되어야할 일이다.
경제의 지속적 고도 성장정책을 안정기조 위의 「중도성장」으로 수정하자는 주장도 그것이 국제경제 전망에 맞춰 착실한 경제운영을 강조하는 것 인 한 결코 제동을 걸기 위한 제동으로 만 볼일은 아닐 듯하다. 또 세제를 증세위주의 개발형 세제를 고정형 세제로 전환해야겠다는 것도 일반적인 희망과 무관하지 않다.
문화활동의 관 주도에 대한 주의 환기도 야당 당수로서는 의당 짚을 만한 대목이다. 문예진흥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아무리 실망스럽더라도 기본적으로 문화활동의 속성은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번 야당대표의 의견개진 중에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만한 대목이 없지 않은 만큼 정부도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는 허심탄회한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
그와 함께 야당도 정책대안을 제시함에 있어 보다 현실성을 염두에 두어 정부로부터 거역반응을 받지 않도록 세련된 자세를 갖춰 나가야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말로써 표현 된 야당의 의견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선 야당의 당 내외활동이 이와 부합하는 언행일치에 그 요체가 있음을 이 기회에 강조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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