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 '友軍과의 전쟁' 착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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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누구의 지지를 받았는가. 파병 찬성은 한나라당과 우익 기독교단체.각종 전우회가, 반대는 민주당 일부, 시민단체, 우리 노사모가 주도하고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라. "(ID 에스트로)

"정권을 쥐면 이렇게 변할 수 있는가. 대통령이 아닌 노무현이었다면 파병을 찬성했을까. 옛날의 노무현을 보고 싶다. "(ID 빅 에너지, 이상 노사모 홈페이지 게시판)

"남 속터지는 줄도 모르고 그런(한나라당이 '이중 처신'을 한다고 비판하는) 얘기를 한다. "(盧대통령, 3월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노사모가 이라크전 파병을 극력 반대하고 나서자 청와대 측은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쟁점은 파병 여부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는 盧대통령에 대한 지지층의 불만이 녹아들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참여연대의 김기식(金起式) 사무처장은 "현 정권은 기대와 달리 실망스런 부분이 상당히 있다"며 "재벌개혁 속도론.법인세 인하 검토가 그렇고, 인사도 전반적 개혁 의견을 수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의 고계현(高桂鉉) 정책실장은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해도, 청와대 사정팀을 만들지 말라고 해도 안 듣지 않느냐"며 "'盧대통령이니까 더 서운하다'는 게 아니라 현 정부가 관료 위주 경제팀 구성 등 개혁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 권력의 생리에 대한 비판 기조를 지켜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盧대통령의 근위대라고 할 수 있었던 노사모는 지난달 26일 회원 2천5백88명 중 82%의 찬성으로 반전평화 성명서를 채택했다. 파병계획을 취소하라는 내용이다.

차상호(車相昊) 노사모 회장은 "대통령으로서 고려할 부분도 있고 의견이 다를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결별수순이나 지지철회는 아니다"고 부연했지만 盧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노사모가 대선 당시 나를 지지했다가 지금은 아니라고 해도 별 수 없다"며 파병이 피할 수 없는 현실적 선택임을 강조했다. 그래서 양쪽의 거리가 예전 같지 않은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청와대의 고민은 시민단체.노사모 등을 다독일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한 고위 관계자는 "이들과의 긴장.갈등 관계가 계속될 경우 총선이 어려워진다"면서 "하지만 시민단체의 분위기가 워낙 격앙돼 있어 역효과가 날 간담회 등의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일단 2일 盧대통령의 국회 국정연설을 통해 파병과 그간 개혁 작업의 당위성에 대한 지지층의 이해를 구하면서 한 고비를 넘기자는 생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우선 역점을 기울이는 부분은 민주당 설득이다.

이와 관련,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은 盧대통령에게 당내 파병 반대 의원 명단을 전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최훈.서승욱.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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