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자는 임플란트 못한다? … 3D 시술로 안전·정확하게 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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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플란트치과병원 백상현 원장이 3D CT를 통한 가상 모의수술 결과를 환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직장인 권지애(30·여)씨는 다가오는 어버이날 선물로 아버지의 임플란트 수술을 계획했다. 아버지는 양쪽 어금니와 일부 치아가 없어 음식을 먹을 때마다 불편을 겪었다. 딱딱한 음식은 물론, 깍두기나 김치를 먹을 때 앞니로 오물오물 씹거나 가위로 잘게 썰어 드셨다. 하지만 권씨의 아버지는 수술을 망설였다. 당뇨병과 고혈압이 있어 수술이 위험할 것이라는 걱정에서다. 권씨 역시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에게 임플란트 수술을 권하는 게 옳은 일인지 고민에 빠졌다.

오경아 기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살던 시대는 지났다. 요즘은 ‘심는’ 시대다. 고령 인구가 늘면서 인공치아를 심는 임플란트 수술이 대중화되고 있다. 에스플란트치과병원 백상현 원장은 “치아로 음식을 잘 씹는 것만으로도 소화와 영양 흡수가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포만감을 느끼는 등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뇌를 자극해 치매를 예방하기도 한다.

반면에 치아가 좋지 않거나 충치를 빼낸 빈 공간을 그대로 방치하면 건강에 문제가 발생한다. 음식을 세게 씹거나 잘게 부수지 못해 소화불량에 걸리고, 치아의 저작능력이 점점 약해진다. 또 주변부 치아가 빈 공간으로 쓰러지고, 심하면 치조골(잇몸뼈)이 흡수돼 폭과 높이가 준다. 백 원장은 “나중에 임플란트 시술을 받으려면 뼈를 이식해야 하므로 치료기간이 길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뽑은 뒤 방치하면 치료 어려워져

문제는 당뇨·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자다. 치료·회복기간이 길고, 시술 후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 하지만 ‘만성질환자는 임플란트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옛말이다. 백 원장은 “최근 3D 기술을 이용한 수술법이 등장해 만성질환자도 정확하고 안전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3D 시술은 ‘아나토마지 가이드 임플란트 수술법’이다. 검진부터 장치 제작, 수술까지 3차원 입체영상 기술을 활용한다. 수술의 정확성·안전성이 높아지고 환자는 편해졌다. 우선 3D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어 환자의 치아·턱뼈·치조골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한다. 잇몸을 절개하지 않아도 눈에 보이지 않는 치아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가상 모의수술을 진행한다. 실제 수술에 들어가기 전 임플란트를 어디에, 어떻게 심을지 계획하고, 수술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 이후 인공치아의 적합한 위치를 잡아주는 일종의 보조틀인 ‘아나토마지 가이드’를 이용해 임플란트를 심는다. 에스플란트치과병원 노현기 원장은 “3D CT와 모의수술로 잇몸뼈 상태를 파악한 뒤 수술을 진행하므로 정확하고 신속하다”며 “잇몸뼈 상태가 좋지 않아도 남아 있는 뼈를 최대한 활용해 뼈이식을 최소화한다”고 설명했다. 레이저로 잇몸에 작은 구멍을 내므로 칼로 절개할 필요가 없다. 출혈·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고령자도 안전하게 시술을 받을 수 있다. 노 원장은 “아나토마지 가이드를 사용하면 수술시간이 기존의 3분의 1인 두 시간으로 줄어 이 시간 안에 8~10개의 임플란트를 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잇몸뼈가 비교적 양호한 환자는 수술 당일 임시 보철물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수술 전 혈당 수치 확인, 아스피린 복용 중단

만성질환자는 수술 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노현기 원장은 “충분한 상담·검진을 통해 위험요소를 미리 다스리면 좋은 수술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복용 중인 약물이 있다면 수술 전 내과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수다. 예컨대 아스피린은 지혈을 더디게 하므로 수술 전 복용을 중단한다. 골다공증 치료제인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시술을 미루는 게 좋다. 수술 후 잇몸이 아물지 않고 염증이 계속돼 턱뼈가 괴사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수치 확인 후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식후 혈당수치가 200㎎/dL 이상, 8시간 공복 시 수치가 126㎎/dL 이상이면 수술을 연기한다. 단, 당화혈색소(2~3개월간 혈당 조절 여부를 반영하는 혈액검사)가 7% 내외라면 수술할 수 있다.

노 원장은 “만성질환자의 임플란트 수술은 정확성·안전성이 요구되므로 최신 기술·장비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의료진과 수술 경험이 많은 치과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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