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살림꾼' 민간기업도 전쟁 특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미국 주도의 이라크전으로 록히드 마틴,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 레이시온 등 무기업체들뿐만 아니라 '군부대의 살림꾼' 역할을 하는 민간기업들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민간 군사기업(PMCs:Private Military Companies)으로 불리는 이들 기업의 역할은 미군에 대한 식량공급, 부대 청소와 쓰레기 처리, 군사우체국과 세탁소 운영에서 소프트웨어 설치, 중장비 공급, 항공기와 헬기의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최근 10여년간 미국 국방부가 군 업무의 상당부분을 민영화한 데 힘입어 이들 기업은 초고속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1991년 당시 71만1천명이었던 미군이 현재 48만7천명으로 30%나 줄어들면서 이들의 업무가 대거 민간에 위탁됐기 때문이다.

독일의 시사 주간지 슈피겔 인터넷판과 미국의 격주간지 포천은 이처럼 군부대 살림꾼 역할을 떠안은 민간 군사기업들의 시장규모가 미국에서 연간 최소 3백50억달러(약 45조원)에 달하며, 최근 들어 연평균 10~15%씩 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딘코프(DynCorp)와 큐빅, ITT, MPRI 등 관련 기업의 주가도 5년새 3배로 뛰었다.

민간 군사기업들은 부대 살림꾼 역할을 뛰어넘어 심지어 군사훈련과 신병모집 등 전투를 제외한 일반 행정분야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미 국방부는 민간 군사기업들이 미군에 대한 군사훈련과 모의전쟁연습(워게임) 장비를 제공하고 운영해주는 대가로 연간 40억달러를 쓰고 있다. 또 미국 내 10개 주에서 60개 모병소를 운영하는 업무를 1억7천1백만달러를 주고 민간에 위탁했다.

이들 기업은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돈을 벌고 있다. 미국과 콜롬비아 정부의 이른바 '마약과의 전쟁'에는 딘코프 등 6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비행기로 마약 재배지역을 감시하고 원격조정 레이더로 마약 밀매를 감시하면서 미 국방부로부터 연 12억달러를 받는다.

딘코프는 1995년 코소보전쟁 당시 세르비아군에 맞서는 크로아티아군을 훈련시켰다. 당시 MPRI도 보스니아에서 군 훈련사업에 참여했다. 큐빅은 루마니아, 헝가리, 체코 등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신규 가입국과 가입 후보국들에 나토 규정에 맞춘 훈련을 시키고 있다.

독일의 군사연구가 헤르베르트 볼프 교수는 국가가 독점해온 무력 행사권을 효율성과 시장원리만을 좇아 의회 통제조차 제대로 받지 않는 민간기업에 넘길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베를린=유재식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