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문단에 선거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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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내년 1월중에 있을 한국 문인협회와 「펜·클럽」한국 본부 총회에서 조연현 「문협」이사장과 백술 「펜·클럽」회장의 용퇴가 명백해짐에 따라 연말문단은 새로운 문단의 지도체제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있다.
우선 조·백 양씨의 퇴진은 이들이 70년 이후 양대 문학단체의 흔들리지 않는 정점이었다는 점에서 여러 세력의 도전이 치열하여 주도권 쟁탈전(선거)이 과열되어왔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만하다. 그러나 「문협」이사장직에서 물러나려는 조연현씨가 「펜·클럽」회장에 출마할 뜻을 굳히고 있는 것을 보면 이와 같은 현상은 문단 지도층의 세대교체가 아니라 자리바꿈에 불과하리라는 추측도 갖게 한다.
특히 「문협」에서는 김동리씨의 측근이 김씨를, 일부 시인들이 서정주씨를, 「한국 시인협회」세력이 박목월씨를 각각 추대할 움직임을 보이고있어 초년을 전후한 선거열풍이 재연될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다.
그러나 김·서·박씨 등은 다시금 선거열풍에 뛰어드는 것을 극히 꺼리고 있다는 소문이고 따라서 현 부이사장인 문덕수·김요섭·이동주씨와 그 밖의 몇몇 문인들의 대결이 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될 경우 주목을 그는 것은 이제까지 「문협」의 지도세력과 전혀 아무런 관련이 없었던 유주현씨와 박양균씨(52·시인)의 향배. 「한국 소설가협회」회장으로 있는 유씨는 본인의 『나서지 않겠다』는 명백한 의사 표시에도 불구하고 측근작가들의 끈질긴 설득을 받고 있으며 박씨는 서정주씨 옹립에 실패한 시인들, 특히 부이사장 출마를 선언한 이형기씨의 제의로 출마 의사를 굳히고있는 것이다. 박씨-이씨의 「러닝·메이트」는 특히 예상 밖으로 조연현씨의 강력한 지지를 업고 있어 상당한 실력을 보일 것으로 짐작된다.
한편 조씨의 지지를 기대했던 김요섭·이동주씨는 조씨가 박씨를 지지하는 바람에 다소 주춤한 상태지만 아직 출마의사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소문이다.
이사장 출마 예상자 가운데 「마크·호스」는 지난 1월 총회에서 조연현씨에게 반기를 들고도 부이사장 선거에서 최다득표를 했던 문덕수씨. 문씨는 월간 시지 「시문학」을 발판으로 오래 전부터 세력을 구축하여 「문협」회원가운데 가장 많은 시인들의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부이사장 선거에는 이형기씨 외에 정을병씨 만이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데 이사장 선거출마를 포기한 몇몇 문인들이 가담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문협」선거의 특징은 「문협」창설이후 최초로 간선제가 된다는 것. 총 회원 수 1천3백여명의 10%인 대의원 1백30여과 각 시·도지부장 35명 등 1백70명 내외가 투표에 참여하게 되는데 제도가 바뀌었다해서 선거양상이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한편 「펜·클럽」은 백철 회장의 퇴진과 조연현씨의 출마선언으로 복잡한 양상을 띠고있다. 조씨의 출마선언은 「문협」에서의 지지세력을 발판으로 한 때 이른 기선제압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씨의 당선이 쉽사리 점쳐지는 것은 아니다. 우선 출마의사를 명백히 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차례 「펜·클럽」회장(당시명칭은 위원장)을 역임한 모윤숙씨와 예총회장이며 「펜·클럽」부회장인 이봉래씨의 출마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이제까지 한번도 「펜·클럽」의 지도체제에 참여하지 않았던 구상씨의 출마표명은 그가 새로운 인물이라는 점에서 많은 회원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부의장에는 현부회장인 전광용·김종문씨가 자리를 고수하기 위해 선거에 나서리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펜·클럽」은 회원 약 4백명의 직접선거라는 점에서 예기치 않았던·양상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여하튼 양대 문학단체의 지도체제 개편을 앞두고 문단에서는 각종모임을 통한 조직 점검이 한창이다. <정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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