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의 극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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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력난이 심각하다.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서 수요가마다 더욱 절전하여 어려운 고비를 넘겨야 하겠다. 한편 정부나 한전당국은 절전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지금 처해있는 사정을 솔직히 국민 앞에 밝히고 전력난의 극복대책을 함께 강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 겪고 있는 전력난은 워낙 소비수요가 급증한데도 원인이 있겠지만, 더 근원적으로는 공급정책에 허점이 많기 때문이다. 시설용량 자체도 모자라는 형편에 그나마 발전시설조차 충분히 이용되지 않고 있다(2일자 본보1면).
현재의 발전 시설용량은 수력 71만kw·화력 4백10만kw 등 모두 4백81만kw에 달하지만, 실제 가능출력은 최대 4백만kw인데 그것도 최대출력일 뿐, 고장이나 감발까지 고려하면 실제출력은 3백70만wk 내외라고 한다.
이에 비해 최대수요는 이미 지난달 16일에 3백87만kw까지 올랐고 성수기인 12월에는 4백만kw까지 육박할 전망이다. 특히 결빙기인 12월에는 수력마저 감발될 것이 예상된다.
3차 계획 기간중의 막대한 전력투자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설비이용률이 낮은 것은 무엇보다도 설비자체의 부실에 큰 원인이 있는 것 같다.
지금 한전이 보유한 화전설비 중 국제수준인 60%이상의 이용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인천화력·영동1호·마산화력 등 통틀어 7개뿐이다. 나머지 화전시설은 거의가 절반수준 이하로 가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설비부실이 심한 호남·동해화력 등 대용량시설은 각기 33.3%, 46%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런 부실설비는 이용률도 낮은데다 설계불량으로 설비출력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한다. 어떤 설비는 애당초 입지조차 잘못되어 조개류가 복수기관으로 끼어 드는 발전소까지 있다고 한다.
이런 여러 형태의 화전설비부실은 무엇보다 사전에 충분한 기술검토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설확충에만 너무 급급하거나 건설단가가 싼 것만 고르다보니 이런 설비부실이 생겨나지 않았는지 반성해 볼일이다. 싸게·빨리 지어놓기만 하면 된다는 실적위주의 성급한 발상이 이런 낭비와 수급차질을 빚은 셈이다.
그러나 전력의 최 성수기를 맞은 지금으로서는 수요억제와 절전운동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민간단체를 중심한 광범한 절전운동이 시급하다. 전력수요의 시차를 조정하는 합리적인 방안도 더 검토돼야 한다.
절전운동의 효율화는 행정의 강제보다는 민간의 자발적인 호응을 통해 얻도록 계몽하고 유도되어야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이나 공공기관이 솔선하는 시범을 보여야 한다.
반면 공급측면의 애로는 기술진을 집중 투입하여 시설이용률을 제고한다면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 모두가 절전에 더욱 협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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