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끄는 '영건'과 '베테랑'의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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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건'과 '베테랑' 투수의 대결만큼 팬들을 흥분시키는 일도 드물다. 그렉 매덕스와 마크 프라이어의 승부는 그래서 더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패기를 앞세운 신예와 경험을 무기로 삼은 노장과의 대결은 예전부터 있어왔고 많은 주목을 받았다. 승패에 따라 슈퍼스타의 탄생을 알리기도 하고, 건재를 과시하기도 했던 명승부를 돌아본다.

많은 메이저리그 팬들에 의해 기억되는 명승부로는 1966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LA 다저스와의 월드시리즈 3차전 ▶69년 '기적의 메츠'의 맨 앞줄에 있던 톰 시버의 경기▶86년 '닥터 K' 드와이트 구든과 '텍사스 특급' 놀런 라이언의 대결이 손에 꼽힌다.

1. 세대교체의 바람 1966년

세기의 투수라는 다저스의 샌디 쿠펙스와 데뷔 2년차 '풋내기' 짐 파머와의 선발대결은 쿠펙스의 압도적인 승리가 점쳐졌다.

그러나 55,947명의 관중이 꽉 들어찬 다저스타디움의 소음속에서 등판한 파머는 쿠펙스를 상대로 6-0완봉승을 이끌어냈고 1차전 돈 드라이스데일의 패전과 함께 다저스를 연패로 몰았다. 기세를 올린 오리올스는 그해 4연승으로 월드시리즈 패권을 차지했다. 파머는 그후 8번이나 20승투수의 반열에 오르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고, 쿠펙스는 그해를 끝으로 야구계에서 은퇴했다.

2. 건재를 과시한 마이크 큘러

뉴욕 메츠가 기적을 일으킨 69년. 시버의 성적(25승 7패 방어율 2.21)은 확실히 좋았다. 또한 데뷔이후 2년연속 16승을 올리며 엘리트 투수의 진가도 보였다. 그러나 큘러(23승 11패 방어율 2.38)도 뒤지지 않을 한 해를 보냈고 투수로서 절정의 나이라는 32살이었다. 반면 시버는 데뷔 3년차. 그러나 결과는 너무 싱거웠다.시버는 5이닝을 간신히 버텼고 4점을 내주며 패전투수가 됐고 큘러는 완봉승을 거뒀다.

그러나 4차전은 상황이 역전됐다. 8회까지 1-0의 리드를 지키던 시버는 9회에 동점을 허용했다. 큘러는 7회까지 마운드에 남았지만 투구수가 부담이 되며 8회부터는 구원투수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두꺼운 허벅지를 자랑하던 시버는 끈기있게 10회까지 던지며 2-1로 승리투수가 됐고, 승기를 잡은 메츠는 5차전을 이겨 4승 1패로 '기적의 메츠'라는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3. 닥터 K의 탄생

드와이트 구든과 놀라 라이언의 대결은 그야말로 광속구 투수들을 대결이었다.

1986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 데뷔 3년차 구든과 39살 노장의 라이언의 대결은 그야말로 '뜨는 별'과 지는 별'의 맞대결이었다.

승부의 예상은 구든이 앞섰다. 라이언은 그해 12승 8패로 쇠퇴기에 들어섰고, 17승-24승-17승을 거두며 절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러나 두 투수는 놀라웠다. 각각 5회에 1점씩을 내준후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고 라이언은 9회, 구든은 10회까지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승부는 연장 12회말 결승점을 얻은 메츠의 승리로 끝났지만 메이저리그 역사에 기록된 최고의 승부중 하나로 남았다. 메츠는 그해 보스턴 레드삭스를 4승 3패로 누르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Joins 유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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