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살인 강도 피해자는 이혼녀-범인, 피아노 등 가재 팔고 도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선량분씨 살인 강도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라 선씨를 죽인 범인이 지난여름부터 선씨와 깊이 사귀어온 최익성씨(33·무직·서울 성북구 종암동 109의2)로 단정하고 최씨를 전국에 수배했다. 경찰은 최씨가 선씨를 죽인 후 범행현장인 선씨집 안방에서 전화로 냉장고 대리점과「피아노」판매상을 불러「피아노」1대, 냉장고·TV 등을 현장에서 팔아 넘기고 달아난 것을 밝혀냈다.

<5남매 어머니…장물은 사간 상점서 되찾아>
선씨에게 돈올 받으러 갔다가 시체를 발견한 선씨의 친구 김용임씨(42·서울 성북구 성북동185)에 따르면 상오11시쯤 선씨로 부터 곗돈 30만원을 받기 위해 선씨 집에 찾아갔는데 대문이 열려져있어 마당에 들어서 선씨를 부르니 35세 가량의 앞머리가 벗겨진 남자가 나와 『언니 집에 갔으니 12시쯤 와 보라』고 말했다는 것.
김씨는 11시30분쯤 선씨 집에 전화를 했으나 받는 사람이 없어 12시쯤 다시 찾아갔는데 마루가 텅 비어 있어 이웃 삼성사 복덕방 이봉균씨(59)를 데리고 안방에 들어가 보니 선씨는 목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이불을 가슴까지 뒤집어쓰고 아랫목에 반듯이 누워 숨져있었고 마루와 건너방에 있던 냉장고·TV·「피아노」등이 없어졌음을 발견했다.
피살당시 선씨 집에는 장남(15·중3), 장녀(13·국교6년), 2남(10·국교3년)등 3명은 학교에 가고 없었고 2녀(7) 3남(6) 은 문밖에서 놀고있어 선씨 혼자밖에 없었다.
범인이 훔쳐간 냉장고와 TV·「피아노」등은 10일 하오2시쯤 서울 종로4가 세운상가 가동3층326호 일신상사(주인 홍기침·31)와 서울 종로구 낙원동 284낙원「아케이드」 2층50호 낙원 「피아노」사(주인 한덕쇄·41)에서 각각 발견되었다.
일신상사 주인 홍씨는 상오9시40분쯤 형의 가게인 성북구 길음동 금성 성북「센터」에 들렀는데 냉장고와 TV를 팔겠다는 전화가 걸려와 형의 차인 서울7가 4307호「피컵」(운전 사 김연우·31)을 타고 가 35세 가량 된 대머리 신사가 12만원을 달라고 하는 냉장고1대와 TV1대를 10만5천원에 흥정, 현금을 주고 실어왔다고 말했다. 홍씨는 범인이 이민 가기 위해 가재를 처분한다며 매도증서까지 써 줘 주인인줄 알았다고 말했다.
범인은 홍씨와 값을 흥정하며 「피아노」상에 전화를 걸어 「피아노」값을 흥정했으며 냉장고 등을 밖으로 옮길 때 선씨의 막내아들(6)이 들어오자 귤을 사먹고 놀라며 1천원을 주어 내보냈다는 것.
낙원「피아노」사 주인 한씨는 상오10시쯤『영창「피아노」를 35만원에 사겠느냐』는 전화를 받고 30만원에 흥정, 제일은행 낙원동지점 발행 자기앞수표 5만원권 5장과 다른 은행발행 5만원권 수표 1장을 주고 「피컵」용달차를 불러 「피아노」를 실어 왔다고 말했다.
이들이 「피아노」대금으로 준 수표는 경찰 조사결과 10일 낮12시쯤 범인이 제일은행 남대문지점에서 현금으로 바꾸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홍씨와 한씨는 10일 하오2시쯤 「라디오· 뉴스」를 듣고 자신들이 산 물건이 장물임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혼자 사는 선씨가 「카바레」등을 드나들며 남자들을 사귀어왔으며 ▲금년 여름 최모씨(33·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소개로 연하의 최씨를 알아 깊은 관계를 맺어왔고 ▲최씨가 사건발생 2일전인 8일 하오10시쯤 선씨 집에 찾아와 장남에게 『엄마와 결혼하려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고 외출했던 선씨가 돌아오자 빚13만원을 갚는다며 90만원짜리 수표를 주고 잔돈 77만원은 9일까지 마련해놓으라고 말한 후 돌아갔으며 ▲김·홍·한씨 등에게 최씨의 사진을 보인 결과 세 사람이 본 인물이 동일인임을 밝혀내고 최씨를 진범으로 단정, 연고지 수사를 벌이고 있다.

<범행한 칼 발견 9통의 유서도>
경찰은 11일 상오 최씨집 책상에서 선씨를 살해한 것으로 보이는 길이 20㎝ 가량의 과도와 어머니·누나·딸·강원도 춘천에 있는 김모양(22) 등에게 보내는 9통의 유서를 발견했다.
경찰이 이 과도를 범행에 사용한 칼로 보는 것은 숨진 선씨의 상처 주위와 과도의 폭·두께 등이 일치하고 최씨가 항상 사용해 왔다는 점등이다.
최씨가 쓴 9통의 유서는 지난 7월9일에 쓴 것으로 청사진용 종이 위에 큰글씨로 『괴로운 세장 먼저 간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한편 최씨 집에서 함께 발견된 김양의 일기책에는 최씨를『여보, 당신』등으로 표현해 김양과도 3년전부터 깊은 관계를 맺어 온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사건 발생 후 서울 시내 최씨의 친척·친구집 등 연고지 수사를 벌였으나 최씨의 행적을 찾는데 실패, 최씨가 서울을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최씨의 고향인 전북 남원, 전처 유씨의 고향인 전남 고흥, 유씨가 다방 「마담」으로 있다는 부산과 김양이 살고있는 춘천 등에 형사대를 급파했다.
그러나 경찰은 최씨가 이미 지난 7월에 유서를 써놓았다는 점에서 사건 발생 후 자살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죽은 선씨는 16년전 김모씨(41)와 결혼, 5남매를 두었으나 5년전부터 춤바람으로 별거, 2년 전에 정식 이혼했으며 매달 전남편 김씨가 주는 생활비로 5남매를 키워 왔다.
최씨는 전북 남원군 산동면 부절리가 고향. 64년 전주 모 고교를 졸업, K대 정외과 1년을 중퇴했다.
최씨는 제대 후 모 보험회사 외무원·양복점 외무사원 등을 지냈으나 부인 유씨와 6살 된 딸을 두고 5년전 이혼한 후엔 일정한 직업 없이 생활해 왔다.
춤을 잘춰 『대머리 「미스터」최』로 알려진 최씨는 얼굴이 둥근 미남으로 키는1백67㎝로 비교적 작은 편. 경찰은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라 선씨의 피살 시간을 10일 상오 9시부터 9시20분 사이로 보고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