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5000억대 분식 추가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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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5천억원 규모의 SK글로벌 분식회계가 추가로 발견됐다. 이와 함께 글로벌은 자기자본이 마이너스 2천억원으로 떨어져 완전 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또 감사인인 영화회계법인은 SK글로벌의 감사보고서에 '한정'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글로벌의 감사보고서는 31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발표된다.

업계 관계자는 30일 "영화회계법인이 글로벌의 지난해 재무제표를 감사하면서 5천억원의 추가 분식을 발견해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했다"면서 "글로벌의 분식 규모는 검찰이 발표한 1조5천여억원에서 2조원대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추가 분식 부분은 대부분 가공 예금을 자산에 포함시킨 것이며, 검찰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그는 또 "글로벌의 지난해 영업실적도 당초 알려진 것보다 안좋아 자기자본을 모두 까먹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해외현지법인은 현재 채권단이 실사 중이라 부실 규모가 정확히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회계법인도 감사의견을 '한정'으로 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정의견 대상은 지난 19일 현재 채권단에 신고된 해외현지법인에 대한 지급보증액 2조여원"이라면서 "이 밖에 있을지도 모를 현지법인의 부실 부분에 대해선 일부 '범위한정'의견을 추가로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SK글로벌의 처리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국내 법인만으로도 자기자본이 잠식된 데다 지급보증액도 현지법인이 갚을 능력이 없어 사실상 모기업의 비용으로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SK글로벌의 독자 생존 가능성이 점차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SK글로벌에 대한 은행관리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해 법정관리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럴 경우 SK그룹의 오너인 최태원 SK㈜ 회장이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한 SK 계열사의 지분에 대한 경영권 행사도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채권단과 글로벌 측은 영화회계법인이 글로벌에 대한 회계감사를 하는 과정에서 '의견 거절'판정을 내리지 않도록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의견 거절일 경우 SK글로벌은 상장 폐지되며, 은행도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 규모가 늘어나면서 손실 규모가 커져 채권단 등이 이를 반대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영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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