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한 김용규씨 25년만에 가족 상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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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북괴노동당 연락부 정치공작원으로 남파, 동료간첩 2명을 죽이고 자수한 김용규씨(40)가 뜻밖에도 6·25때 헤어진 가족을 만났다.
김씨는 8일하오 한국방송공사 「스튜디오」에서 『북의 진상』이라는 「프로」에 출연 중이었는데 어머니 김두정씨(70·서울 종로구 누상동)와 형 정규씨(44). 두 누님 등 가족4명이 달려와 극적으로 상봉한 것.
『옹규야, 이게 생시냐….』 순식간에 눈물로 북받친 어머니 김씨에게 김용규씨는 『어머니, 면목이 없읍니다』란 말 한마디만 던지고 그대로 어머니를 얼싸안았다.
『나이 어린 너를 놈들이 끌어간지 벌써 25년이 되어 꼭 죽은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돌아오다니….』 어머니 김씨는 아들을 만난 것이 믿어지지 않는 듯 아래위를 계속 훑어보곤 또 안곤 했다.
어머니 김씨는 『처음 방송에 김용규란 이름이 나왔을 땐 우리아들이름과 똑같구나 했는데 이어 청운국민학교를 졸업했고 서울중학 2학년때 납치됐다는 말을 듣곤 틀림없는 내 아들이라고 생각했다』며 이제는 가슴에 맺힌 한이 일시에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6·25이듬해인 51년3월 당시 병환으로 누워있던 어머니를 위해 아버지(59년 사망)와 함께 집에서 가까운 수색으로 양식을 구하러 갔다가 패주하던 북괴군에 잡혀 북으로 끌려갔던 것. 한동안의 격정을 겨우 진정한 김씨는 『지금까지의 일을 속죄하기 위해 여생을 반공대열에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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