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체없이 6자회담 복귀를"<br>북한 "우리 입장 존중해야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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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 5일 중국 방문을 마쳤다. 동북아의 관심은 6자회담이 개최되느냐에 집중된다. 그러나 전망이 밝지는 않다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압박=중국은 북한을 압박했다. 강 부상에게 "6자회담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장이다. 회담에 지체없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하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박봉주 북한 총리의 회담과 맥락이 같다. 당시 박 총리 옆에는 북한의 경제 전문가들이 앉았다. 그러나 후 주석 옆엔 6자회담 수석대표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 닝푸쿠이(寧賦魁) 한반도문제 담당대사 등 북핵 관련 인사들이 포진했다. '말과 분위기'로 압박한 것이다. '북한이 성의를 보일 것'이란 기대도 나올 만하다. 그러나 아직 별 진전은 없다. 지난 6일 반기문 외교부 장관과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이 이슬라마바드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중국 측은 북한과의 협상에 대해 "결론 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이 전달한 강석주 방중 결과는 '앞으로도 더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조기 개최설은 성급한 관측"이라고 말했다.

◆여전한 불만=북한은 여전히 불만이다. 강석주 부상은 "중국이 요구한다고 회담에 가진 않는다. 북한 입장을 존중해야 회담에 복귀할 수 있다"고 했다. 여전히 '체면을 살려 달라'는 요구다. 한 외교소식통은 "이종석 국가안보회의(NSC) 차장이 지난달 중순 중국을 방문해 이 문제에 대해 선을 그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차장이 "한국.중국이 미국의 북한 무력공격이나 대북 제재를 저지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지도자들의 발언을 막을 수는 없다"고 했으며 이 말이 북측에 전달되기를 희망했다는 것. 요컨대 적당한 선에서 '체면 차리기'요구를 수습하라는 메시지다. 결국 강 부상이 '북한 입장 존중'을 재론한 것은 회담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소다.

강석주의 방중 배경도 의미있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은 지난 2월 왕자루이(王家瑞) 방북에도 불구하고 회담 조기 개최를 성사시키지 못한 만큼 고위 인사를 평양에 또 보내는 모험을 할 수 없었다"며 "그래서 강을 부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은 고비로 치닫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지금은 회담 개최와 파국이 결정되는 막바지 단계"라며 "회담 참가국이 집중 노력을 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할 게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를 의식하면 희망은 있다. 당국자는 그러나 "굳이 말하자면 (전망은)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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