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용어 통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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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로샌절러스」「로스앤젤리스」「로스앤젤레스」「로스안젤레스」…. 이것은 우리 나라 교포들이 가장 많이 모여서 산다는 미국의 한 도시를 두고 한국 신문들이 저마다 달리 표기한 것들이다. 한때는 「로스앤젤스」라고 까지 했었다.
그러나 문교부가 제정한 편수자료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라고 해야한다. 한편 한글학회의 통일안은 「로샌질리즈」라고 표기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 신문은 딱이 그 어느 하나로 통일해서 쓰고 있지 않다. 각기 신문마다의 「스타일」을 고집하고있는 형편이다. 가령 「뉴요크」「뉴욕」「뉴우요오크」의 경우다. 하나도 통일되어 있지 않다.
이런 혼란은 「로마」자뿐 아니라 일본지명·중국 지명 등에서도 엿볼 수 있다. 중국의 경우는 「북경」이라고 쓰지만, 일본은「도오꾜」라고 표기한다.「도오꾜」의 경우도·「동경」「도꾜」「토오쿄」로 쓰이고 있다. 「다나까」의 경우도 「타나카」「전중」등으로 쓰는 신문이 없지 않다.
요즘 「한국신문편집인협회」는 각 신문사의 전문기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세미나」를 열고 문제의 용어통일에 관한 토론을 벌였다.
보도용어는 비단 외래어 표기만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 가장혼란을 빚고 있는 분야가 바로 이 부문인 것이다. 표기의 원칙을 통일하는 것은 벌써 이루어졌어야할 일이다.
그러나 여기서 제3안이 만들어지는 것은 오히려 또 하나의 혼란만 가져올 것이다.
바람직하기로는 문교부의 「편수자료」의 결함을 시정 보완해서 따라가는 것이 외래어표기 통일의 가장 가까운 길이라고 하겠다. 그것이 시간과 비용을 줄이며 또 능률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편수자료」 그 자체에 있다. 이 문교부안은 예외규정이 너무도 복잡해 누구나 쉽게 적용하기가 힘들다. 많은 예외규정은 결국 하나의 원칙도 지키기 어렵다는 뜻도 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그 많고 복잡한 예외규정을 우선 간편하고 요령있게 통일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럴 경우 신문들도 그 원칙에 따라가기는 별로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또 그래야만 신문에서의 용어통일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한편, 중국 인명과 일본인명 의 표기도 현실적인 고려아래 하나의 통일방안이 나와야 할 것 같다. 중국의 경우 「후와·쿠오·렝」보다는 「화국봉」이 현세대의 감각엔 가깝지만, 이제 한자를 모르는 세대가 커 나가고 있고, 우리의 사전에도 없는 한자들이 자주 인명이나 지명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도 토론과 연구의 여지가 있을 것 같다. 동경과 「도오꾜」「토오쿄오」, 어느 편이 좋은 지에도 이론이 있음직하다.
어쨌든 신문의 관계자들이 용어의 통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신문독자를 위해 더없이 다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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