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어린이가 밥을 잘 먹지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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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밥을 잘 먹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속을 썩이는 부모들이 많다. 더군다나 아이들이 핼쑥해지거나 생기가 없어지면 안달이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으례 그러려니 생각하는 부모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그러나 아이들이 밥을 잘 먹지 않는 원인이 치과질환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우연한 자리에서 유치원 다니는 딸이 밥을 잘 먹지 않아 식사 때만 되면 속이 상해서 죽겠다는 후배의 고민을 듣고 내게 한번 보내 보라고 일렀다. 의사인 그는 작년 가을 딸의 충치를 치료해 주었는데 치과는 왜 보내느냐고 의아해 했다.
어떻든 그 다음날 내 짐작대로 후배 부부의 걱정은 충치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작년에 치료를 받은 치아를 X「레이」등으로 면밀하게 진찰한 결과 이뿌리 부위에 커다란 고름주머니가 형성되고 염증이 턱뼈까지 파급 된 것이 발견되었다.
이쯤 되면 식사시간이 즐거울리 없다. 음식을 씹기가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밥을 잘 먹지 않고「아이스크림」같이 부드럽거나 마시는 음식을 편식하게 된다.
결국 영양실조가 초래되고 심한 경우 만성위장병을 앓게 된다. 발육이 제대로 안되고 지능개발이 늦어지기도 한다. 심지어는 신경질적인 어린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치아건강에 상당히 관심 있는 부모들까지도 아이들은 결국 충치일지라도 저절로 빠져서 영구치로 가는데 치료받을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유치는 영구치의 안내역을 맡고 있기 때문에 유치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튼튼한 영구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어릴 때 유치의 상태는 턱의 발육과 모양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명심해서 1년에 4번쯤 치과의사의 진찰을 받게 해야겠다. <문영환(의박·순천향병원 치과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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