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말하는 바람직한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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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60년대 후반부터 활기를 띠기 시작한 지방향토민속예술제는 문예진흥정책의 하나로 당국의 권장과 함께 크게 번져 현재 전국적으로 40여개에 달한다.
이들 향토 민속제는 고유민속의 민간전승이라는 예술성과 지방민이 함께 모여 즐긴다는 민중 축제의 성격을 띠고 있다.
물론 처음 출발은 민간전승을 위한 목적에 보다 큰 비중을 두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해를 더해가면서 민간전승을 멀리한 채 단순한 구경거리의「놀이」가 돼 가는 경향을 보이고있어 민속학자들의 비판을 받고있다.
민중 축제라는 면에서는 아직 별 이론이 없지만 전승이란 면에서는 민간전승이 실현된 현실을 떠나 시간·공간·놀이하는 사람 등 민속의 유기물이 무기물화 된 채 사이비 민속이 돼 가고 있다는 것.
김열규 교수(서강대·민속학) 는『우리 나라 민속학의 출발이 오락적 유희를 통해 사라져 가는 민속의 재현을 위한 민속운동에 치중했던 것이 잘못됐던 것이다』고 전제, 『요사이 대부분의 민속제들은 도시 대중의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자극할 지는 모르지만 민간전승의 견지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유흥적인 놀이기분에만 영합 해 민속놀이를 현대감각에 맞는 흥미중심의 각색으로 공언하는 것은 시급히 지양돼야 한다는 것.
임동권 교수(중앙대·민속학)는 『최근의 향토 문화제는 전통민속예술제와 향토집단오락으로서의 지방문화축제로 구분할 수는 있지만 안동차전놀이·은산별신굿·강릉 단오제 등의 민속제는 그 전승을 위해 보다 원형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도예술제의『강강수월래』같은 것은 비교적 순수성을 유지한 것으로 평가되고있다.
민속의 시대적 가변성은 언제나 현실내부에서 일어난 내재적 의욕에 의한 것이어야지 연출자나 주최자의 자의적 수정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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