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편의점이 영남대 찾아온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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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이달 10일 미국 드러그스토어 ‘월그린’ 관계자들이 경북 경산시를 찾았다. 영남대 학내벤처인 (주)에코파이코텍에서 만든 수면팩 ‘클로애(愛)’를 사기 위해서였다. 클로애는 바다에서 사는 단세포 미생물인 클로렐라를 통째로 넣어 만들었다. 기존 팩과 달리 씻어낼 필요가 없고, 피부 자극도 거의 없다. 미국의 화장품 에이전시를 통해 수면팩 얘기를 들은 월그린은 대량 주문을 검토 중이다.

 클로애는 에코파이코텍 대표인 김미경(56·사진) 생명과학과 겸임교수가 2011년 개발했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일본 후생성의 안전성 인증을 받고 특허도 냈다. 김 대표는 “1985년 파리6대학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던 중 접한 클로렐라를 우연히 얼굴에 발라보고 효과를 체험해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클로애는 2012년 시판에 나섰지만 지난해까지 3억5000만원어치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경상북도와 경산시가 해외 시장으로 나가자고 제안했다. 지난해 4월 천연재료 제품을 파는 뉴욕 맨해튼 ‘뉴런던팜’과 캐나다 밴쿠버의 ‘킹덤뷰티’를 방문해 일단 써보라고 제품을 나눠줬다. 발광다이오드(LED) 광원을 이용해 클로렐라를 배양하는 모습과 수면팩을 연구하는 과정을 담은 사진도 보여줬다.

 4개월 뒤 뉴런던팜에서 시험 판매를 시작했다. 킹덤뷰티에선 올 상반기 대량으로 주문하겠다는 서류를 보내왔다. 올 2월 바이오 소재 판매사 이스라엘 ‘그린네이처’는 회사 지분 25%를 투자하고 함께 유럽 시장 진출을 제안했고, 중국·베트남에서도 주문이 들어왔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30억원이 넘는다.

글·대구=김윤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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