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안성마춤』|「스테인리스」에 밀려 유기산업 사양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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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기·안성 큰 애기 유기장사 나간다. 한잎 팔고 두잎 팔고 마는 것이 재미로다. 안성유기반복자 연엽 주발은 시집가는 새색시 선불감이로다….』
이조 말엽부터 유기로 이름난 경기도 안성지방에 전해. 내려오는 민요의 한 구절이다.
「안성마춤」이란 말이 유래할 정도로 유명했던 안성유기가 최근 들어 사양길에 접어들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6·25사변 전 까지만 해도. 안성의 유기제조업소는 50여 개소에 달했고 전국에서 안성유기를 사러오는 주문 객으로 붐볐다. 그러나 최근「스테인리스」·「플라스틱」·유리 제품 등이 널리 보급되면서 안성유기는 빛을 잃기 시작, 이제는 유기제조업소도 풍화산업사(대표 김근수·60·안성읍봉산동) 1개소만 남았을 뿐이다.
선대부터 40년째 유기제조업을 해왔다는 풍화산업사 대표 김씨는『유기제조업이 사양길에 들어섰지만 가업을 계속 이어나가 안성유기의 전통을 후세에 물려주겠다』며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기판매의 불황 속에서도 다행히 외국인 관광객들이 안성유기를 기념으로 많이 사가고 있다는 것.
김씨는 특히 이조 때 암행어사들이 지니고 다녔던 마패모형이 고객들에게 인기가 있어 15년째 생산하고 있다며 경기가 좋을 때는 연간 3천 개를 생산, 미국 등에 수출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마패를 제조하게 된 것은 8·15해방 후 마패의 진본을 입수한게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마패에는 말1필부터 5필까지 양각으로 아로새겨져있는데 요즘도 외국관광객이 많이 찾고 있다는 것.
값은 5개들이 1상자에 5친윈으로 서울의 유명「호텔」토산품 판매장에 납품한다.
유기는 원래 우리 나라에서 혼사와 관계가 깊어 시집가는 새색시에게는 필수품의 하나인 전통 어린 물품. 예로부터 시부모와 신랑의 주발·신랑신부용 대야 등은 으레 유기제품으로 마련했다.
안성유기는 평안도 정주유기와 쌍벽을 이루는 대표저인 유기.
요즘 유기제품은 주발·대접·접시·수저등 각종식기류를 비롯, 제사용 촛대· 잔·향합·꽹과리·징·제금 등 7백 여종이나 된다. 이 제품들은 거의가 외국 관광객들이 사가고 기타 건축·가구용 장식품으로도 많이 쓰인다.
안성지방의 민속연구가 김태영씨(82·안성읍안청학원이사강)는 안성의 유기가 최신문명에 밀려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하고 민속자료로 보존해야한다고 밝혔다.<안성=김영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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