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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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최근 어느 장관이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일이 있었다. 흔히 정치인 가운데 이런 증상이 많은 것을 보면 정치가 얼마나 피로와 긴장을 강요하는 직업인지 알 수 있다. 동정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서구의 경우, 정치인이 선거유세를 하다가 뇌졸중을 당하는 일은 드물다. 더구나 장관이 집무실에서 이런 일을 맞는 예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요즘 야당의 전당대회에서 어느 중진은 투표결과에 충격을 받아 졸도를 했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주변의 유명인들은 너무나 어떤 일에 집착하는 성향이 있는 것도 같다.
거의 운명적으로 자신의 어떤 문제에 매달리려는 것이다. 인생의 여유랄까, 금도가 부족해 보인다.
서양사람은 우리가 보기엔 바보스러울 정도로 매사에 범연하다. 월남전의 막바지에서도 「존슨」미국대통령은 별장으로 휴양을 떠나고, 판문점사태가 벌어져도 「포드」는 시골 별장에서 골프를 즐기는 「스케줄」을 취소하지 않았다. 「드골」도 자신의 지위를 흔들게 하던 「파리」의 5월 혁명 중에도 유유히 「스틱」을 들고 아침 산책을 잊지 않았다. 「처칠」은 집권중 수 없이 전란을 치렀지만 낮잠은 결코 거르지 않았다. 외국에서의 정상회담 때에도 오수(낮잠)시간만은 꼭 지켰다. 지금의 「지스카르」프랑스대통령도 자신만의 시간을 놓치지 않는다. 비서들조차 모르게 하오산책을 즐기는가 하면, 음악도 감상한다. 「드골」대통령 때는 각의 중에 좀 지루한 분위기가 뒤면 곧잘 시 낭송을 했다. 때로는 시구가 틀려 「앙드레·말로」문화상이 제대로 잡아 주기도 해서 각의에선 폭소가 터져 나오는 일도 찾았다.
막상 권좌에서 물러 않을 때는 더욱 여유와 자적을 갖는다. 미소짓는 모습으로 관사를 떠나 그전의 자택으로, 혹은 전원으로 돌아간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인생의 새로운 경지를 찾는 것이다.
뇌졸중은 한국인의 경우 총 사망자의 25%를 차지한다. 서양인의 심장마비와는 아주 대조적이다. 어떤 의학자는 이런 현상을 사회와 연관해서 생각하기도 한다.
정서의 불안정과 관계가 깊기 때문이다. 세상사가 한 개인에게 주는 부담이 너무 큰 것도 말하자면 정서의 불안정을 가져온다. 여유를 갖기엔 세상의 일들이 너무 각박하다. 따라서 사람들은 하찮은 일로도 운명적인 씨름을 하려고 한다.
뇌출혈은 흔히 낮에 자주 있다. 활동을 할 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어딘지 아이러니컬하다. 뇌 혈전이 밤에 많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뇌졸중을 피하는 것은 삶의 「리듬」에 여유를 주는 데에 있다. 저압의 안정은 생명의 안정이기도 한 것이다. 의혹 외겁 하지 않는 안심입명의 생활자세-. 적어도 지도층인사들에게는 사회분위기와 제도가 이런 여유를 허용해줘야겠지만, 필경 그것은 인간수련의 보상일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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