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련의 방해때문에 늦었습니다 이제야 아들 노릇 매한의 눈물 흘려 잡초무성한 묘소보고 늦게온 것 후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재일동포 추석성묘단 5진으로 모국을 방문한 동포들은 꿈에 그리던 가족,친지들의 품에 안겨 조상의 묘를 찾아 그 동안 모국을 찾지 못한 불효를 용서해달라며 울먹였다. 30년 만에 고향에 돌아와 돌아가신 어머니의 묘소를 찾은 홍종만 씨와 교포2세로 백부의 묘를 찾아온 김성녹씨 형제들은 특별한 감회에 젖어 묘소를 부둥켜안고 일어날 줄을 몰랐다.
『어머니, 진만이가 왔습니다] 30년 만에 고향땅을 찾은 홍종만씨(51·동경도 판교구 대산정57의2)는 7일 상오 12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무덤 앞에 꿇어앉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옆에 서있던 홍씨의 형 종선 (59)누이 말선(64),맏형수 이정순(68),큰 조카 홍영화(45)씨 등 10여명의 친척들도 모두 울음을 터뜨렸다.
경남 울산시 진장동 274가 고향인 홍씨가 고향을 떠난 것은 해방 이듬 해인 1946년.
당시 울산농고를 나와 울산군 폭산 국민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가 대학 진학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것.
점원,운전사 생활을 하며 고학으로 대학을 다녔으나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했다.
「금의환향」의 꿈을 가진 홍씨는 구차스런 얘기를 하기 싫어 고향에 연락도 하지않고 기반을 잡기에 열중해 이제는 동경 복만에서 다방을 하면서 주말이면 골프를 칠 정도가 된것.
58년 일본인 부인과 결혼해 두 딸을 두었고 고향을 그리는 마음은 더욱 간절해 졌지만 조총련의 방해공작으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가 지난해와 올 봄에 재일 동포들이 무사히 다녀왔다는 것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는것.
홍씨는 어머니가 돌아 가시기전에 찾아 뵙지 못한 것이 한이 된다면서 추석성묘를 위해 일부러 일본서 가져온 제주(제주)를 올렸다. 형님인 종선씨는『이제어머님이 편히 눈을 감으시 겠다』면서 올해 추석성묘가 가장 부모님 뵙기에 떳떳한 성묘가 됐다고 흐뭇 해 했다.
성묘가 끝난 후 홍씨는 부모님의 무덤 앞에 다음번 에는 일본에 있는 아내와 두딸을 꼭 데리고 나와 인사를 드리겠다고 약속하고 먼저 고3짜리 딸을 한국으로 대학 진학시키겠다고 말했다.
산을 내려 오면서도 홍씨는 어머님의 산소를 돌아보며 자꾸만 발길을 머뭇머뭇 거리고 있었다.
재일동포 추석성묘 단체 5진으로 입국한 김성녹씨 (48,대판시 생야구 생야동3정목1의38호) 흥택씨(37) 형제와 김 씨의 제매 김광수씨(37)3명은 6일하오 부산에 도착하자 곧 35년 전에 사망한 백부 김종년씨의 묘가 있는 경남 김해군 대동면 초정리 안막부락 시위산으로 가 성묘했다.
교포2세로 모국을 처음 방문한 이들은 일본에서 미리 준비해 온 술과 사촌형 김규징씨(57)가 마련해온 음식으로『그 동안 못 찾아본 불효의 죄를 씻기 위해 이번 모국 방문대열에 끼여 성묘 하게 됐다』 며 무덤을 부둥켜 안은 채 통곡했다.
이들은 잡초로 무성한 묘를 낫으로 깨끗이 손질한 뒤 술잔을 가득히 부어 올린 후『이제 돌아와서 돌아가신 분 앞에 성묘로 음식을 올리니 더욱 가슴 아프다』면서 백부가 죽기전에 모국을 방문하지 못했음을 못내 후회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