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 모국 방문길 교포여중생 납치|어제 일 우전 공항서 출국직전 담임선생 등 3명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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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경=김경치특파원】추석 성묘를 하기위해 2일 동경「하네다」공항을 출발하려던 조총련계 재일동포 강기병씨(54·동경도신숙구서신숙7정목2의16)의 장녀「히데꼬」양(15·서산영자·기옥현조선초중급학교중급반2년)이 조총련계의 담임선생 등 3명에게 납치되었으며 이때문에 강씨 일가가 예정대로 출국을 못해 재일동포들은 초총련의 악랄한 방해공작에 분노하고 있다.
영자양은 이날「하네다」공항 KAL「카운터」앞에서 아버지 강씨, 어머니「니시야마·유끼꼬」(46·서산산기자) 오빠강일행(19) 준웅(16)군, 동생 정자양(11) 등 가족과 함께 출국절차를 마치고 짐을 맡기려는 사이에 중년남자 2명과 여자 1명 등 3명이 나타나 공항 밖으로 끌려나갔다.
이날 조총련계 동포 추석성묘단을 인솔한 양봉오씨(47·민단동경본부부단장)는『납치범들은 처음 영자양의 오빠 일행군도 납치하려했으나 그는 재빨리 손을 뿌리치고 도망쳐 나왔다』고 말했다.
범인들은 영자양을「택시」에 태우고 사라졌다.
강씨 가족은 이들중 영자양의 담임선생 장한일과 조총련계 조선신보기자를 자처하는 남자등 2명을 붙들어「하네다」공항 경찰에 넘겼다.
강씨 가족은 이날 하오5시30분 KAL편으로 고향길(전북옥청군회현현대정리210)에 가려다가 영자양이 납치되자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강씨 가족은 곧 경찰에 납치사실을 고발하고 『범인을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범인들은 이날 밤 8시30분쯤『영자양이「오오미야」(대궁)의 조선중학교에 있으나 본인이 서울에 안가겠다고 말했다』는 내용의 전화를「하네다」공항 경찰에 걸어왔다.
강씨는 미성년인 딸이 납치되어 한국에 안가겠다고 하는 것은 협박 때문이라고 분개, 영자양을 찾아달라고 경찰에 거듭 요청했다. 조총련측은 이날 밤 9시쯤 변호사를 내세워 동경에서 동북쪽으로 40㎞ 떨어진「사이다마껭」(기옥현) 삼호에 있는 강씨의 부인「니시야마」여인이 경영하는 「뽀뿌라」라면집에 영자양이 있으니 데려가라고 연락했다.
영자양의 오빠와 민단간부들이 3일상오1시쯤 도착했을 때는 조총련계 40여명이 라면집을 포위한채 30분전 어디론지 영자양을 옮긴 뒤였다.
공항근처「도오뀨· 호텔」에 머무르고 있는 강씨는『영자가 37년 만에 고국에 가는 아빠와 동행하는 것을 무척 좋아했고 옥구에 살아 계신 할머니에게 드릴 한국식 큰절을 연습했는데…』라면서 딸의 행방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강씨의 자녀들은 일본여자인 어머니성을 따랐고 모두 조총련계 학교를 다니고 있다.
납치범들이 가족도 없는 영자양의 집으로 영자양을 데리고가 유괴 당하지 않은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서 경찰에 연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영자양의 가족들이 밝혔다.
납치범들은 영자양을 계속 끌고다니며 한국에 가지않겠다는 다짐을 강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본경찰은 장한일과 나머지 1명을 2일밤 12시쯤 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네 가족만 출발>영자양의 가족들은 일본경찰의 무성의에 격분하여 납치범들을 유괴협의로, 또 일본경찰을 직무태만으로 고발할 예정이다. 영자양의 가족들은 3일 상오9시30분 서울로 떠날 예정이었으나 영자양이 풀려나지 않아 큰오빠가 남아 영자양의 구출을 위해 노력하기로 하고 나머지 네 식구는 이날 하오 1시30분 KAL편으로 떠났다.
상오11시 현재 영자양은 대궁조선인초중급학교 교무실에 갇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선인초중급학교 주변에는 어젯밤부터 조총련계 40여명이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

<법무성·경시청에 항의키로|민단서, "영자양 납치 수사 무성의">【동경3일합동】민단 중앙본부는 3일 일본경찰이 지난 2일 하오 모국 방문길에 조총련에 의해 납치당한 강기병씨의 딸 영자양에 대한 수사에 무성의하다고 비난하고 영자양을 부모에게 돌려줄 것을 촉구했다.
민단은 강씨가 딸 영자양에 대한 수색원을 경찰에 냈으나 경찰은 이사건의 수사 및 영자양의 신병확보에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 동경 경시청과 법무성 등에 항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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