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장 후보, 교수실 방문 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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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선거 때면 후보들마다 앞다퉈 각 단과대를 찾았죠. 각 교수 연구실 문을 두드려 개별 인사를 하는 것도 허용됐어요. 전체 교수가 2000명 정도 되는데 학교가 얼마나 시끄러웠겠어요.”

 과거 직선제 서울대 총장선거의 분위기에 대해 한 교수는 이렇게 기억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대 법인화 이후 첫 총장선거가 간선제로 치러지면서 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선거운동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서울대 총추위는 총장선거 관련 공문을 내부망에 올렸다. 후보들이 총추위 허락을 받지 않고 교직원들이 모이는 자리에 참여해 지지를 호소하는 것을 금지했다. 개별 교수들에게 메일이나 문자를 보내는 것은 허용하지만 전체 메일을 보내는 횟수는 2회로 제한했다. 후보가 교수들의 연구실을 개별 방문하는 것도 안 된다. 후보들이 공식적으로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기회는 16·18일 연건(혜화동)캠퍼스와 관악캠퍼스에서 열리는 공개 소견발표회와 교수협의회에서 주최하는 토론회 등으로 제한했다.

 4년 전 직선제 선거에선 합동연설회가 10여 차례 열렸고, 개별 교수를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많았다. 한 총장 후보는 “모르는 교수들에게 후보를 알리는 것이 중요한데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며 “괜히 교수들 많이 만나고 다닌다고 말이 나올까 봐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보들은 개별 교수 접촉보다 정견 발표를 중시하는 분위기다.

 황인규 총추위 위원장은 “처음 치러지는 간선제 선거인 만큼 교직원들이 관심을 갖게 하면서도 과열되지 않도록 선거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대 총장에 출마한 예비후보는 강태진(62·재료공학부) 전 공대 학장, 김명환(60·수리과학부) 전 자연대 학장, 성낙인(64·법학과) 전 법대 학장, 오세정(61·물리천문학부) 전 기초과학연구원장, 조동성(65·경영학과) 전 경영대학장(가나다순)이다. 서울대는 이달 말까지 이들 중 3명을 다시 추린다.

이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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