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비만·고혈압·고지혈증 … 걱정하면 병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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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건강의 배신
이노우에 요시야스 엮음
김경원 옮김, 돌베개
354면, 1만5000원

충격적인 책이다. 건강에 대한 기존 상식을 뒤엎는 의견들이 등장한다. 건강검진으로 암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검진병’을 유발할 수 있다. 결핵이 거의 사라진 요즘, 흉부 X선 검사는 불필요하다. 고혈압 환자라 할지라도 매일 아침 혈압을 잴 필요는 없다 등등.

 일본 의사 및 의학계 종사자들이 문부과학성 과학연구비 보조를 받아 2009년부터 3년에 걸쳐 연구한 ‘건강불안 의식과 의료자원 불균등 배분의 시정에 관한 사회학적 연구’의 결과를 한 데 모았다. 건강불안과 상품화된 의료가 횡횡하면서 오히려 사람들의 스트레스만 가중되고 건강은 더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결론이다. 일본의 현실을 다루고 있지만, 상업화된 의료화 사회의 문제를 지적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들은 건강검진과 병원에 의존하는 대신 긴장을 낮추고 걱정을 줄이되 의료관행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보다 건강한 삶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사례와 데이터를 제시한다. 예를 들면 건강검진 때 받는 CT검사 1회당 방사선 피폭량은 최저 10mSv이고, 전신조영CT까지 받을 경우 60mSv를 초과하기 십상이다. 참고로 3년 전 일어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인한 피난구역 지정 기준은 연간 피폭량 20mSv였다. 일본의 경우 의료기관의 방사선 피폭으로 발생하는 암이 연간 암 발병의 3.2%에 이른다는 발표도 있지만, 의사들은 이를 환자에게 알리지 않는다. 그 뒤에 의료계를 지탱하는 ‘건강검진 산업’이 있기 때문이다.

 비만이나 고지혈증, 고혈압 등 ‘생활습관병’에 대해서도 과도하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콜레스테롤 정상치의 기준는 1969년 260㎎/㎗ 이하였다가 250, 240으로 내려가더니 현재는 230㎎/㎗ 이하가 되었다. 기준치를 10㎎/㎗씩 내릴 때마다 콜레스테롤 약을 먹는 인구가 세계적으로 1000만명씩 늘어난다. 혈압 기준치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금연·금주 등 건전한 습관과 건강의 상관관계 역시 애매하다. ‘불건전한 생활습관이 생활습관병을 일으킨다’는 명제가 참이라 하더라도, ‘건전한 생활습관이 생활습관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명제 역시 반드시 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저자들의 주장을 100% 신뢰할 필요는 없다. 반대 의견을 함께 검토하면서 어떤 선택을 할지 결정하는 것은 읽는 이들의 몫이다. 단 “기계가 보여주는 세세한 수치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자신의 신체 감각을 소중히 여기라”는 조언은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새겨둘 만 하다.

저자가 말하는 건강과민증 벗어나기

①과학적으로 생각하라 - 의료 광고나 건강 프로그램에 속지 말자. 본인의 상태는 스스로 판단해라.

②나이 - 인간은 나이를 먹는다. 노화는 병이 아니다. 일흔 살의 몸은 동맥경화가 옷을 입고 걸어다니는 것과 같다.

③신체는 합목적적으로 반응한다 - 신체는 가장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몸은 스스로 나으려 한다.

④모르는 게 약이다 - 모르면 안심이다. 세세한 수치 따위를 매일 알려고 하지 말라. 군자는 의사를 가까이 하지 않는다. ⑤웃으면 복이 온다 - 항상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평상심을 유지하라. 웃음은 어디에나 듣는 만병통치약이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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