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세 인상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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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주민세를 크게 올리려는 여당 일부의 생각은 옳지 않다. 실질적으로 전 국민이 납세자인 주민세는 비록 불가피한 명분이 생기더라도 맨 나중에 고려되어야할 성질의 것이다.
더구나 지방 재정의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올린다는 명분은 얼른 납득하기 어렵다. 그것은 지방재정 자립의 시급함을 외면해서가 아니라, 그 수단의 선택 과정에서 너무 안이한 자세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세금을 거두는 입장에서 볼 때 주민세는 가장 손쉬운 조세의 하나다.
물가가 오르건 말건, 납세자의 재산이 줄든 늘어나든, 또는 전체 경기가 좋아지든 나빠지든 간에 변함없이 때를 어기지 않고 받아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세금이다. 그리고 납세자는 인구 증가와 함께 저절로 불어난다. 소득 할이라는 장치로 인해 「인플레」에 따른 명목적인 소득 상승까지도 빠짐없이 반영되고 있다.
지방 재정을 거론하면서 맨 먼저 주민세 인상을 들고 나온 발상 자체가 이런 징 세의 편의부터 생각하는 안이한 자세를 반영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경제가 발전하면 당연히 조세 행정도 그에 맞추어 개선·발전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지방세 제도는 경제구조의 변화를 뒤따르기보다는 여전히 구태의연하고 고식적인 조세체제를 고수하고 있지나 않은지 의심스럽다.
아직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국세 쪽은 그래도 많은 개선이 이루어진 셈이다. 되도록 조세제도와 경제 현실간의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그 동안 지속되어온 셈이다. 국세 쪽의 개선에 비하면 지방세 쪽은 그런 노력이 너무 소홀하고 허점이 너무 많았다. 기껏 이루어지는 변화의 대부분은 주로 상식의 범위를 넘는 고율의 세율 인상과 증세 일변도의 각종「현실화」가 고작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이번의 주민세 인상 발상도 그런 범주에 속하는 것이다.
주민세란 본질적으로는 전 근대적인 조세다. 경제적 변화와는 거의 연관되지 않는 이런 유형의 비현대적인 조세는 되도록 그 기능을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두말할 필요 없이 현대적인 조세는 모름지기 그 재산 적·경제적 함축이나 연관이 높아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인두세적 성격의 주민세는 오히려 그 범위를 줄여 가든가 종당에는 폐지하는 것이 조세제도의 장기적인 합리화에 기여하는 길이 될 것이다.
더구나 이번의 인상 계획이 소득 격차가 반영되는 소득 할은 그대로 둔 채 똑같은 액수로 무는 균등 할만 크게 올린다는 것은 더욱 불합리하다. 주민세의 전 근대성을 집약하는 균등 할의 인상은 지금도 이미 저질러지고 있는 부담의 불공평을 더욱 확대시킬 뿐이다. 굳이 올린다면 차라리 소득 할에서 조정하는 것이 응능부담의 조세원칙에 더 가까워 질 수 있을 것이다.
도시 인구 집중의 억제를 위해 도시 지역 주민세를 농촌보다 더 많이 올린다는 생각도 적절하지 못한 것 같다. 사회 경제적인 모든 여건은 그대로 둔 채 인두세만 높인다고 인구의 사회적 이동이 크게 억제되리라고는 믿기 어렵다. 설사 약간의 억제 효과가 있더라고 그 실익과 주민부담의 증가가 초래하는 사회적 손실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것이다.
따라서 지방재정의 강화는 보다 경제적 합리성을 주장할 수 있는 다른 지방세목을 조정 하든가, 국세와의 적절한 상호보완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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