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인지 공산국 과연 공존이 가능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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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북「베트남」의 통일기구설치, 비·「베트남」수교결정 및 「베트남」「판·히엔」부외상의 동남아 4개국 순방 등 최근의 움직임은 대치상태에 있는 「인도차이나」공산「블록」 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 사이에 공존에의 첫 시도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다.
지난해 4월「인도차이나」3국이 공산화한 이래「아세안」국가들이 여러 방면으로 전개해온 상호간의 공존을 위한 노력은 「베트남」의 호전적 반응으로 지금까지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었다.
일부「아세안」국가는 인지전 말기부터 「인도차이나」의 공산국을 겨냥하여 우선 배후의 소련이나 중공과의 관계개선을 다져왔다. 지난2월 「발리」도의 「아세안」정상회담에서 동남아지도자들은 새로운 공산정권에 대해 적의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공산국의 「아세안」가입을 환영하는 입장을 취했다. 지난 6월「마닐라」에서 열렸던 「아세안」외상회의에서도 「아세안」이 미국지배하의 군사동맹체가 아니라고 거듭 밝히면서 공산국의 이해를 촉구했었다.
그러나 월맹은 이 같은 「아세안」의 추파에도 불구하고 「아세안」을 인지 공산국에 대항키 위해 만들어진 미국의 입김을 받은 기구 혹은 신식민주의「블록」이라고 강경하게 비난, 타협을 일축해왔다.
결국월맹의 경우 이 같은 거부 반응은 남북「베트남」이 정치적으로 통일될 때까지의 「시한부」였다는 것이 드러났다.
종전 후 1년 이상 국내문제수습에 매었던 월맹은 7월초 통일「베트남」을 선언하고 그 외교정책의 기본방향을 발표했다. 「구엔·두이·트린」외상은 동남아제국에 대해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의 종식을 요구하면서 ①상호독립 및 주권의 존중·불가침·내정불간섭·평화공존 ②타국에 대한 직·간접의 공격을 위한 군사기지의 불제공 ③우호선린관계의 수립·경제협력·분쟁의 호혜적 해결 ④동남아의 중립과 독립을 위한 평화협력 등 조건아래 동남아의 비공산국들과 우호협력 관계를 수립할 용의가 있음을 선언했다. 같은 시기에 부외상「판·히엔」은 태국을 제외한 「말레이지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필리핀」을 순방, 수교외교를 펴왔다. 한편 공산「캄보디아」는 지난해에 인접 태국과 국교를 수립한 뒤 지난5월 초에는 「말레이지아」「필리핀」「싱가포르」와 잇달아 외교관계를 열었다. 통일「베트남」은 12일 4대 외교노선에 입각하여 「필리핀」과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한데 이어 오는20일 미군의 완전 철수가 이뤄지면 태국과도 국교수립을 위한 회담을 가질 예정으로 있어 앞으로 「아세안」각국과의 관계 정상화는 시간문제로 남아있다.
통일「베트남」이 「필리핀」과의 수교에 있어서 미군기지의 철수요구를 협정에 포함시키지 않은 점은 주목할만하다.
그것은 미국의 경제원조를 바라는 「베트남」이 보내는 우호 신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기회 있을 때마다 미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강조해왔고 최근에는 「판·히엔」이 실종미군문제와 경제원조문제를 관련시킨 회담개최를 미국에 요청했다.
「닉슨」대통령도 5년에 걸친 32억5천만「달러」의 경제원조를 고려한 적이 있었으나 미국국내 정치상황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결국「베트남」의 「아세안」접근은 국내문제를 수습한 후 동남아를 위시한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뜻하는 것 같다. <김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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