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는 도시민만의 것은 아니다|강신명 <서울 새 문안 교회 목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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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도시·농촌의 생각 차 많아>
도시와 농촌의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고들 말한다. 경제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시가 「빌딩」의 숲을 이루고 농번기의 농촌이 일손이 모자라 쩔쩔매는 현실을 보면 농촌에서 사는 사람들과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이 과연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우선 농촌 사람들이 생각하는 도시와 도시 사람들이 생각하는 농촌은 우리의 도시와 농촌의 실상과 큰 차이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농번기로 일손이 모자란다 하여 농사일을 모르는 도시 사람들이 모내기에 동원되는 따위의 일은 한낱 전시 효과에 그칠 따름이다. 또 도시에의 막연한 동경만 가지고 무작정 도시에 진출하려는 농촌 청소년들이 과연 도시에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요컨대 농촌 사람들은 농촌 사람들대로, 도시 사람들은 도시 사람들대로 할 일이 따로 있다. 물론 피차가 서로 의존하려는 풍조는 없어져야 마땅하겠지만 도시 사람들은 농촌 사람들을 위해, 농촌 사람들은 도 시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알아야 한다.
맹목적으로 일만 하려는 농촌 사람들의 자세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농번기에 잠깐 한가한 틈을 타 모내기를 도와주는 것으로 도시 사람으로서 농촌에 대한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도 이만저만한 잘못이 아니다.
도시 사람들은 농촌 사람들보다 남아 돌아가는 시간이 훨씬 많다. 이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도시 사람들의 큰 고민 가운데 하나인 것 같다. 이래서 낚시·스포츠 등 소위 「레저」가 「붐」을 이루고 사회 일각에서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연달아 발각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농촌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는 것이 진리라면 농촌 사람들이 흘리는 땀방울은 과연 도시 사람들 의「레저」를 위한 것인지 한번 깊이 생각해 볼일이다.

<농촌 살찌면 도시도 살쪄>
도시 사람들이 순간적인 즐거움을 위해 내버리는 돈 가운데 다만 얼마라도 농촌을 위해 씌어진다면 그것은 농촌을 살찌게 할 것이며 결국은 도시를 살찌게 할 것이다. 선진국의 농촌에서 충분히 보여지고 있지만 이 시대의 농사에는 고도의 과학적 기술이 수반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농촌은 그 스스로 이러한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농촌 사람들에게 있어서 도시의 존재 가치는 이 같은 농촌의 약점을 「커버」하여 기술을 습득케 하는데 있을 것이다. 이것에 필요한 비용은 도시 사람들이 「레저」를 위해 기꺼이 내던지는 비용과 비교할 때 거의 아무 것도 아닐 것이다.
「레저」란 일을 해 나가면서 잠깐 기분을 전환하는 정도로 족하다. 가령 「골프」라는 것이 대중화하는 현상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것이 도시 특수층의 흥정 장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신 생활을 건전케 하기 위해, 진정 농촌과 도시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보건 운동 같은 특수한 「레저」가 개발되어야 한다.

<특수한 「레저」 개발 바람직>
이러한 것은 요컨대 도시 사람들이고 농촌 사람들이고 근본적으로 생활 철학을 달리 하는 것으로부터 가능해 진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하지 않으면 간될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인 것이다. 『나는 일본을 위해, 일본은 세계를 위해, 세계는 하나님을 위해』라고 말했던 신도양의 신념은 모든 사람이 공통된 하나를 위해 일한다는 생활 철학에서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일하면 먹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는 「레저」만 지나치게 탐하는 이 시대 도시 사람의 정신 자세에 경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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