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조건 걸린 정상회담 안 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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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8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무슨 조건을 수용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한·일 정상회담의 선결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한국 정부의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는 이날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내가 일본을 대표하는 이상 나는 곧 일본의 자긍심이기도 하다”며 “정상회담이란 것은 대등한 입장에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를 만나고 싶으면 술 한잔 사라’라고 나왔을 때 상대방이 ‘그럼 제가 한잔 사죠’라고 응하게 되면 그건 약한 입장을 전제로 만나는 것”이란 비유도 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한국·미국·일본의 3국 정상회담의 분위기도 털어놨다. 사회자가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반갑게 악수를 나누는 사진을 보여주며 “카메라(취재진)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박 대통령의 자세가 달랐나”라는 질문을 던지자 아베 총리는 “악수할 때는 (카메라가) 안 들어왔는데 화기애애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또 “박근혜 대통령님을 만나서 반갑스무니다”란 자신의 말에 박 대통령이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굳은 표정을 지은 데 대해 “그때 (박 대통령이 동시통역용) 이어폰을 끼고 있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며 “내 발음이 정확하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사회자가 “아무리 그래도 일본인 입장에서 보면 실례가 아니냐”고 재차 다그치자 “한국어로 인사해 조금이라도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고 생각한 것이고 그런 마음은 전달된 것이 아닌가 싶다”며 “(박 대통령도) 정상으로서 (일본에 강경한) 국내 분위기를 짊어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한국과 중국이 안중근 기념관 건립을 통해 과거사 문제에 공조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는 말 그대로 일본의 초대 총리로서 특별한 존재라는 점을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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