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과정 밖 논술 낸 대학 정원 감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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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오는 9월부터 외국어고나 자율형사립고를 포함한 모든 고교에서 신입생을 대상으로 고교 과정 내용을 넣어 반 배치고사를 보거나 입학 전 미리 수업하는 것이 금지된다. 외국어고·과학고 등 특목고와 자사고, 국제중 등에선 입학 전형에 재학 중인 학교가 아닌 학교나 사설기관이 주최한 캠프·프로젝트 활동 등은 반영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학교운영비를 10~20% 삭감하고 입학정원을 감축한다. 또 올 고3이 치르는 2015학년도 대입부터 논술·구술·면접 등 대학별 고사에서 고교 수준을 넘어서는 내용을 출제하면 입학정원을 최대 10% 감축하고, 1~3년간 재정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제재한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의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일명 선행학습금지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한다고 9일 밝혔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선행학습을 막기 어렵고 학원 등 사교육에 대한 대책이 빠져 있어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총은 성명을 내고 “선행학습의 폐해를 줄이자는 취지에 공감하지만 법으로 선행학습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황병원 강서고 교사(진학부장)는 “학생들이 선행학습을 할 수 있는 학원으로 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목고 등에서 야간 선행수업을 하면 적발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는 “선행학습 영향평가가 실효성이 있도록 제대로 감시·제재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류정섭 공교육진흥과장은 “9월 시행 전까지 일선 학교에 매뉴얼을 배포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시행령에 관한 궁금증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본다.

 - 고3이 수능 대비해 당겨 배우는 건 가능한지.

 “고3은 학년 단위로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도록 하고, 학기당 편성과목 수(현재 학기당 8과목 이내)도 학교 자율로 정하도록 유연성을 두기로 했다. 2학기에 배울 걸 1학기로 편성해 배울 수 있다. 하지만 고3 교육과정에 편성해 놓고 고2 때 당겨 배우는 식은 안 된다.”

 -교육과정 자율성이 큰 특목고·자사고만 입시에서 유리해지지 않나.

 “2학년 때 3학년 과목을 배울 수 없는 건 특목고·자사고도 마찬가지다. 단, 영재학교나 특목고 등에서 대학 내용을 미리 배우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를 기말고사 같은 평가에 반영해선 안 된다. ”

 -선행학습 영향평가는 어떻게 하나.

 “학생 선발권을 가진 특목고·자사고나 대학은 신입생 선발 후 선행학습 내용을 반영해 선발했는지 평가한다. 학기 중엔 중간·기말고사 문제를 평가하거나, 학부모·학생을 설문조사한다. ”

 -학원에서 이뤄지는 선행학습에 대한 규제는.

 “이 법으로는 학원에서의 선행학습까지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선행학습이 줄어들면 학원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초등학교 방과후 학교에서 초 1~2학년부터 영어를 배우기도 하는데.

 “영어교육은 초 3학년부터 한다. 초 1~2학년 방과후 학교에서 영어 교재로 정식 수업을 해선 안 된다. 다만 게임·놀이를 통해 영어에 흥미를 붙이도록 하는 수업은 가능하다.”

세종=김기환 기자, 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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