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미스매치가 시장 혼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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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지난해부터 시작된 주택시장의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신규 분양시장엔 주택 수요자가 몰리는 반면 기존 주택시장은 살아나는 듯
하더니 다시 몇 달째 약세를 보이고 있다.

기존 주택시장은 지난해 나온 4·1 대책, 8·28 대책 이후 조금씩 꿈틀대는가 싶었지만 올해 2·26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이 나온 이후
다시 주춤하고 있다. 미약하게나마 기존 주택시장을 견인해 온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마저 뜻하지 않은 시련에 부딪히면서 온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반면 분양시장은 지난해 4·1 대책이 나온 이후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다. 청약하는 곳마다 청약 마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때 미분양
무덤이란 오명을 썼던 경기도 김포·고양시 등은 미분양 판매에 불이 붙었다.

실제로 리얼투데이가 금융결제원 청약 경쟁률(1~3순위)을 분석한 결과 전국 평균 청약 경쟁률이 올해 2월엔 5.56대 1이었고, 3월엔
6.34대 1로 나타났다.

미분양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대우건설·동부건설이 김포시 풍무2지구에서 분양 중인 김포풍무 푸르지오 센트레빌은 올 들어 계약률이 크게
늘면서 90% 이상 팔렸다.

주택시장 ‘쏠림’ 현상 심해

현대산업개발이 고양시 삼송지구에서 분양하는 삼송2차 아이파크는도 최근 2~3개월 동안 계약이 크게 늘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근의
기세라면 몇 주 내로 분양이 다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기존 주택시장은 2·26 대책이 나온 이후 투자자 중심으로 관망세가 짙어진 가운데 서울 매매시장이 2주 연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월세 소득에 대한 과세 방침으로 소득 노출과 세금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의 매물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아파트 값은 서울이 0.01% 내렸고 신도시와 수도권은 가격 변동률 없이 보합세를 보였다. 특히 시세
상승을 이끌던 강남 재건축의 하락 폭이 큰 가운데 대법원의 가락시영 아파트 재건축 결의 무효 판결도 하락세를 부채질할 전망이다.

재건축 시장은 서울에서만 지난주 0.12% 하락했다. 이 같은 쏠림 현상의 가장 큰 이유로는 정부의 정책 미스매치가 첫손에 꼽힌다.

주택시장 정상화라는 차원에서 잇따른 활성화 대책을 내놨지만 세금 강화라는 카드를 끼워 넣으면서 정작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불안감 해소되면 기존 시장 움직일듯

조금씩 살아나던 기존 주택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실장은 “임대소득 과세는 방향성 측면에서는 맞지만 과세기준을
놓고 각론이 조금씩 상충되면서 불필요한 혼선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 아파트에 대한 갈증도 한 몫하고 있다. 리얼투데이 양지영 팀장은 “전셋값 상승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신규
분양시장이나 미분양 물량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특히 수도권의 경우 최근 4~5년 간 신규 공급이 적어 실수요자들의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쏠림 현상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주택시장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2·26 대책 쇼크와 매매가격 상승세에 따른 숨고르기 장세”라며
“전세가율이 7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전월세대책 쇼크가 진정되면 실수요자들이 매매전환이 늘어나면서 기존주택 시장도 다시 회복세를 보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이 조사한 3월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68.1%로 지난 2002년 6월(68.2%) 이후 처음으로 68%를 넘어섰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월세 과세 방안 이후 심리적인 불안감이 관망세로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가 주택공급 축소를 내놓은 만큼
불안감이 해소되면 시장이 다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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