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제 최고 임금 국이 아니다|미 노동성에서 분석한 서방선진국의 노임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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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인들은 그들이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임금을 받아 최고의 생활수준을 누리고 있다고 일반적으로 믿어 왔다. 그러나 미국노동성 통계 국은 이러한 미국인들의 통념이 지난10년 동안 근본적으로 뒤집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자료를 최근 발표했다. 이 자료는 미국과 별표와 같은 서방선진 8개국의 산업노동자들이 받는 시간당 임금을 기준 연도별로 비교하고 있다. 이 자료는 한마디로 70년대에 들어와 미국과 8개국 노동자들 사이의 소득이 현저하게 평준화되고 있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65년까지만 해도 미국인은 시간당 3.15「달러」의 소득으로 최하의 일본인보다 5배, 최고의「캐나다」보다도 1.8배를 더 받았다.
그러나 70년에는 이 격차가 점점 좁아졌고 74년에 들어서면 미국인의 5.66「달러」에 대해「캐나다」인이 바짝 뒤쫓고 있으며 더욱 4개국이 거의 미국의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이러한 소득평준화 추세는 75년에 들어서면 미국이 오히려「스웨덴」과「벨기에」에 뒤지기 시작하며 65년만 해도 5대1의 비율이던 미일의 격차가 2대1로 좁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전체의 산업간의 임금의 격차 면에서도 미국은 이들 서방국가에 뒤떨어지고 있음을 드러내 주었다.
즉 미국이 산업간의 임금(75년 여름 기준)이 최고 9.29「달러」에서 최저 4.09「달러」로 거의 2배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서독은 최고가 7·94「달러」, 최저가 5·10「달러」이며「스웨덴」은 최고가 7·24「달러」, 최저가 6·31「달러」로 미국에 비해 거의 격차가 매우 적다.
이 10년간에 미국의 소득수준이 불과 2배 증가한데 비해 일본·「벨기에」·「스웨덴」등은 5배나 급 성장했으며 이는 미국의 노동생산성의 정체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의 노동생산성이 67년부터 74년까지 7년간 29%향상한데 비해 일본은 2백%, 그리고 나머지 7개국은 최소 35%에서 최고 80%까지 높아졌다.
미국이외의 국가들은 더욱 부유해질수록 미국과는 달리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점점 더 미국의 임금수준과 생활수준을 앞지를 전망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실제로 이 같은 추세의 영향은 즉각 나타났다.
60년대만 해도 미국의 기업이 이들 서구국가의 값싼 노동력을 찾아 진출하는 일이 잦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들 국가의 기업들이 오히려 미국으로 진출하는 경향이 늘어났다.
「이탈리아」의「볼보」자동차회사는 미국의 「버지니아」주에 이미 전자회사를 건설 중에 있고 서독의 「폴크스바겐」자동차회사도 미국에 공장을 건설키로 결정을 내린 것은 이런 추세의 대표적인 예에 불과하다.
물론 거기에는 광대무변한 시장에의 침투를 노리는 입지적 이점도 작용했다고 하지만 엄청난 임금격차가 존재했던 60년대만 해도 그것은 꿈도 꿀 수 없었던 현상이었다.
2차 대전 이후 60년대까지는 여타 국가가 미국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작다는 가정아래 미국경제정책이 입안되었고 또 그것은 거의 옳은 판단이었다.
그러나 70년대의 소득평준화 현상은 어느 국가도 독자적인 경제정책을 수립할 수 없을 만큼 상호의존 관계가 심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즉 미국의 「인플레」와 실업은 이미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그것은 여타국가의 경제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어떤 경제학자들은 70년대의 서방선진 9개국의 소득평준화 현상을 근대경제사에 있어서 한 전환점을 이루게 될 것으로 평가할 정도로 중요시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미국인의 자부심 깃 든 통념쯤이 깨진 것은 큰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워싱턴·포스트지=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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