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청년 70여명 동원 당사 7시간 점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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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신민당 비주류의 일부 청년당원들과 이들이 동원한 청년 등 70여명은 22일 하오 4시20분쯤 시내 종로구 관훈동 신민당 중앙 당사에 난입, 대의원 접수 등 사무처의 전당대회 준비 사무를 중단시키는 한편 총무국장 황명수 의원·조직국장 김동영 의원과 사무당원들을 연금하고 7시간동안 당사를 점거하다가 하오 11시15분 이철승 의원 등 비주류 의원들의 설득으로 철수했다.
난입자들은 『주류가 합동회의 등 전당대회 준비를 일방적으로 강행하기 때문에 이를 실력으로 저지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이들이 난입했을 때 2층 당 총재실에서 전당대회 대책을 협의 중이던 김영삼 총재와 주류의 이충환·이민우·김수한·황낙주 의원 등은 총재실의 뒤쪽 비상문을 열고 약 3m 아래 있는 안국동 복국집 지붕으로 뛰어 내려 탈출했다. 김 총재는 이때 발을 잘못 디디는 바람에 민가 지붕 「슬레이트」가 깨져 왼쪽 발목에 찰과상을 입고 인근 신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상도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전당대회 대의원 명단을 접수하고 있던 3층 조직국도 이들에게 점거 당했으며 이를 취재하던 MBC-TV의 고명철 기자가 폭행을 당했다.
비주류 청년당원들은 미리 인쇄해 가지고 온 『우리는 김영삼씨의 불법과 폭력에 의한 당권 유린으로부터 당의 분열과 파국을 막기 위해 투쟁을 선언한다』는 등 8개항의 「구당 선언문」을 창 밖으로 뿌렸다.
이들은 또 주류측 집행부에서 이날 밤 12시까지로 되어있는 대의원 등록 시간을 5시로 앞당겼고 조윤형씨의 당수 후보 등록을 거부했기 때문에 이를 항의하기 위해 당사를 점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밤 11시쯤 기동경찰이 난입자들을 끌어내리려는 무렵 비주류인 이철승 의원이 황호동 의원 및 청년당원들과 함께 당사 앞에 나타나 조종석 종로서장에게 『이들을 자진 철수토록 설득할 테니 연행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라』고 요구, 조 서장이 연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자 이 의원은 당사에 들어가 설득, 11시15분쯤 이들이 정문 「셔터」를 올린 후 「스크럼」을 짜고 나왔다.
당원들과 동원 청년들이 나오자 경찰은 이들을 검거하기 시작, 27명을 연행하고 나머지는 도주했으나 23일 새벽 종로구 청진동 미도 여관 등에서 51명을 더 연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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