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색의 묵화 63점…김기창 화백 작품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운보 김기창 화백이 전혀 새로운 소재를 가지고 작품전을 열었다. 김 화백 자신이 『민화적인 작품』이라고 해설하는 채색의 묵화 63점. 말하자면 민화가 지니는 소박한 회화성을 종래의 동양화에 끌어들임으로써 운보 특유의 참신한 시도를 선보여 주게된다.
62세의 김 화백은 최근 수년동안 이조의 민화를 수집하면서 그에 대한 깊은 관심을 기울여 왔으며 곧 민화가 지닌 세계를 그의 작품 속에 재현하는 여러 가지 실험을 거듭해 왔다. 따라서 그는 50년대 말부터 60년대에 걸쳐 제작했던 추상작품은 그만 중단한 듯 하다.
그의 붓은 힘차고 호방하며 때로는 구수하고 익살스런 정경을 담고 있다. 재래의 산수화도 아니고 풍속화라는 테두리에도 구애되지 않았다. 다만 종래의 재료와 표현형식을 그대로 구사하고 있을 따름이다. 확실히 이번 작품들은 한국인의 생활주변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소재로 삼았다. 국립박물관장 최정우씨는 『정화되고 세련되어서 한껏 순화된 한국미의 새로운 본바탕을 창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그것은 바로 오늘의 침체된 동양화가 탈출구를 찾아내고 있음을 시사한게 아닐까.
부인 박래현 여사가 연초에 작고하자 김 화백의 작품 생활에 대해서 주변에선 여러모로 궁금하게 여겼다. 그러나 김 화백은 주변의 기우를 일축하고 오히려 용솟음치는 의욕과 역량을 새삼 과시하는 느낌이다. <21∼27일 남강 화랑>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