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당안의 「미끼 이반」소용돌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일본 자민당 각파는 「미끼」 수상이 퇴진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몰고 가고 있다.
「미끼」 수상은 지금 자민당 안에서 사면초가. 「록히드」사건이 터진 이래 3개월 동안 「미끼」 수상은 그런대로 자민당의 결속을 지탱해 왔다. 그러나 최근 당내 정세가 급변, 퇴진을 전제로 「미끼」수상을 상대로 한 공동전선이 구축되고 있다.
성급한 관측은 「후꾸다」 신정권이 탄생될 가능성이 있다고 까지 보고 있다.
「미끼」 배척이라는 자민당내 자중지란이 표면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일부터였다.
「시이나」 당 부총재가 당내 최대 파벌 세력을 이끌고 있는 「다나까」씨와 비밀리에 회담, 「미끼」수상의 조기 퇴진을 요구할 것에 원칙적인 합의를 보였다.
「록히드」 사건 처리를 둘러 싼 독주, 실정, 당 개혁의 부패 등에 비추어 「미끼」 수상의 손으로 국회를 해산시켜 총 선거를 하게 할 필요는 없다는 점에 의견일치를 보았던 것이다.
「시이나」 부총재는 이어서 9일 「오오히라」장상, 10일에는 「후꾸다」부총리와 비밀 연속 회담을 갖고 「다나까」 회담 때와 거의 똑같은 점에 의견의 일치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미끼」 정권은 당내 「미끼」파는 물론이고 주류파인 「후꾸다」파, 「나까소네」파가 주축으로 지탱해 왔다.
그러나 「후꾸다」 부총리까지 『당의 현실로는「미끼」 수상의 손으로 총 선거를 실시하게 할 수 없다』고 그의 퇴진을 간접적으로 요구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후꾸다」파는 「미끼」내각 발족이래 「미끼」 정권의 핵심적인 지주였다. 그러나 이제 『「미끼 이반」의 징조가 나타나고 「시이나」 부총재가 당 파벌 일소를 위해 막후에서 주동하는 「다나까」파, 「오오히라」파 등 비 주류파의 공동 제휴에 가담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시이나」 부총재의 「후꾸다」 「오오히라」 「다나까」와의 일련의 개별 회담에서는「미끼」 수상의 조기 퇴진을 요구하고 그 후계자는 당내 실력자들의 협의로 선출할 것을 합의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또 앞으로는 ▲「후꾸다」부총리를 수반으로 하는 정권 ▲「시이나」부총재의 잠정 정권 ▲수상·당 총재를 분리,「후꾸다」부총리를 수상으로 「시이나」 부총재를 당 총재로 하는 구상까지 검토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자민당의 기류가 재임 18개월이 된 「미끼」 수상직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당내 5대 파벌 중「미끼」파 및 「나까소네」파 세력이 숫적으로 가장 열세인 것을 보아서 알 수 있다.
「후꾸다」 「다나까」 「오오히라」 제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기도 하다. 보수 본류로 알려진 「후꾸다」 「오오히라」의 제휴 공작은 종래에도 정·재계를 중심으로 여러차례 시도된바 있어 논의지만 「다나까」전 수상과 「후꾸다」부총리의 관계에는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2년전 금맥 사건으로 「다나까」전 수상을 가장 당혹시킨 사람의 하나가 「후꾸다」였기 때문에 두 파벌의 「보스」가 제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풀이다.
그러나 「다나까」씨도 먼 장래를 내다보고 「다나까」파 다음 가는 당내 제2의 파벌과의 제휴를 언젠가는 해야 할 것이라는 견지에서 「후꾸다」 「다나까」의 제휴는 가능할 것으로 낙관하는 견해가 앞서 있다.
자민당 안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미끼」수상은 당면 정치·경제 정책 등을 들어 여당 결속을 강조하면서 「나까소네」 당 간사장 등과 긴급 협의를 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퇴진할 명분이 없다』고 「미끼」수상은 버티고 있으나 일본 정가에서는 이번 퇴진론이 현정권 탄생 이후 가장 심각한 시련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퇴진하게 되면 그 시기는 국회가 끝나거나 회기 연장이 결정될 오는 24일 직후가 될 것이 라는 관측들이다. 【동경=김경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