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캐나다간에 「TV국경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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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캐나다」문화란?』 하고 물으면 대부분의 「캐나다」 사람이 얼떨떨한 표정을 짓는다. 「캐나다」는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미국의 연장 같은 인상밖에 주지 않는다. 일부 「캐나다」의 지식인들은 미국은 황소에, 「캐나다」는 그 꼬리에다 비유하는 자학을 서슴지 않는다.
지금 「캐나다」와 미국 관리들이 곱지 않은 얼굴을 하고 어르고 있는 「텔리비젼」 국경 전쟁이라는 것도 표면에 나타난 문제는 미국 「텔리비젼」방송국이 「캐나다」에서 훑어 가는 광고료지만 그 밑바닥에는 상처 입은 「캐나다」의 문화적인 자존심 같은 것이 웅크리고 있다. 「캐나다」대부분의 지역에서는 ABC, CBS, NBC같은 미국의 주요 「텔레비젼」 방송국의 인기 「프로」를 정상적으로 초빙할 수 있다. 미국 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쇼·프로」는 「캐나다」에서도 상위권에 든다.
사정이 그렇게 되니 「터론토」 「밴쿠버」, 그리고 「몬트리올」같은 「캐나다」의 대도시의 업자들의 상혼이 재빠르게 움직이게 되었다.
「캐나다」에서 국경 너머로 흘러가는 광고료가 1년에 2천만「달러」나 된다.
「캐나다」 사람들이「캐나다」 TV와 미국의 TV를 보는 비율이 60대40이나 되니까 「캐나다」쪽의 업자들로서도 미국의 TV 방송국을 외면할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캐나다」 방송국이 차지하는 광고료 수입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한층 고민스러운 것은 「캐나다」 주요 TV방송국이 미국 TV방송국의 인기 「쇼·프로그램」을 정식으로 중계하지 않을 수 없고 그렇게 해서 나가는 중계료가 한해에 3천5백만「달러」에 이른다.
보다 못한「캐나다」정부가 개입했다. 「캐나다」방송국들은 미국 TV「프로그램」을 중계할 때「캐나다」에서 나간 광고를 모조리 가위질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특히 가위질이 기술적으로 용이한 유선 TV에 제일 먼저 그런 지시가 떨어졌다. 광고가 가위질 당하는 마당에서 「캐나다」업자들이 광고를 계속 미국 방송국에 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으로 넘어가는 연 2천만「달러」의 광고료를 「캐나다로 환송하는 조치를 미국이 먼저 취하라고 요구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부산 같은 일본 TV 「프로」의 가청 지역을 놓고 한국과 일본 사이에도 「TV국경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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