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해외 학자 평양회의] 이라크戰 이후 긴장된 평양 직접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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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열린 '제6차 남북 해외학자 통일회의'의 마지막 날인 27일 참가자들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남측.해외학자들은 이라크 전쟁 후 고조되는 한반도 위기와 관련해 한.미 정부의 인식과 우려를 전달한 반면 북측은 미국이 먼저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번 회의는 중앙일보 후원으로 남측의 한국통일포럼과 북측의 사회정치학회가 공동 주최했다.

27일 평양에서 폐막된 '제6차 남북 해외학자 통일회의'는 이라크 전쟁 발발 이후 긴장하는 평양의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남측 대표단을 맞는 북측 관계자들의 언급에는 '긴장감'이 배어 있었다. "민감한 시기에 예민한 주제를 다루게 돼 신경이 쓰인다", "(미국이) 덤빌 테면 덤벼봐라. 우리는 만반의 준비가 갖춰져 있다"는 등의 발언이 환담 도중 수시로 나왔다.

특히 북측은 25일 평양에 도착한 남측 학자들에게 이번 회의에 임하는 북측의 입장을 통보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 내용은 "핵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은 조.미 불가침 조약 체결이고, 이 같은 입장은 우리가 이미 외무성 대변인 성명 등을 통해 밝힌 바 있기 때문에 새로운 얘기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 등이었다.

북측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남측 대표들의 발표내용에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음을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양측 발표논문의 내용과 회의 일정을 놓고 양측 실무자 간의 절충이 벌어진 끝에 가까스로 수위 조절이 이뤄져 회의를 진행할 수 있었다.

여기에는 남북 양측의 주최기관인 한국통일포럼과 사회정치학회가 그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남북 해외학자 통일회의를 지속하면서 쌓인 신뢰를 손상시킬 수 없다는 판단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또다른 성과는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결정에 일정 부분 영향력이 있는 남측과 해외 교수들이 회의석상에서 부시독트린의 구조 등 북측에 대한 미국의 입장, 핵문제를 둘러싼 남측 정부의 고민, 6.15공동선언의 바람직한 이행방향 등을 조목조목 밝힌 점이다.

특히 이번 회의에는 남북관계를 연구하는 북측 관계자 1백여명이 별도로 참석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는 또다른 측면에서의 '통일논의의 한반도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문정인 교수(연세대).박한식 교수(미 조지아대) 등은 북.미 양자 대화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남측과 주변 4강을 아우르는 다각적 대화형태가 있음을 제시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남측 대표들이 평양 체류기간 중 북측 학자 및 회의 관계자들과의 각종 간접대화를 통해 보다 '실질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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