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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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크산티페」는 역사적인 악처로 소문난 여자다. 대철인「소크라테스」의 머리위에 찬물을 퍼붓는가 하면 군중들 앞에서 그에게 삿대질을 하기가 예사였다.
희랍청년들에게 진리와 철학을 설파하던 「소크라테스」도 그의 부인 앞에서는 감히 숨을 크게 쉬지 못했다고 한다. 그가 「가두의 철인」이 된 것은 필경「크산티페」의 극성 때문이었다는 설도 있다.
그의 집에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담론을 벌였다가는 불벼락이 떨어졌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크산티페」에 대한 동정론도 없지 않다. 수입이라고는 한푼도 없이 밤낮 청년들과 어울려 고담준론만 벌이고 있었으니 가계를 맡은 주부는 딱하기만 했을 것이다. 게다가 아이들이 셋이나 있었다.
동정론자들은 오히려 「크산티페」가 아니었던들 그의 남편은 「소크라테스」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소크라테스」가 「소크라테스」일수 있었던 것은 역시「크산티페」의 맹렬한 주부기질 때문이라는 뜻이다.
영어의 「우먼」(woman)이란 단어는 「위프먼」(wifman)이란 말에서 비롯되었다.
「와이프·맨」은 그러니까 남성과의 종속관계에서 빚어진 말이다. 14세기 무렵에 「위프먼」에서 「F」자가 없어진 「위먼」으로, 그것이 다시「우먼」으로 되었다.
한때 「여성해방」을 외치는 여성운동가들은 바로 「우먼」이라는 말을 없애자는 제의를 한일이 있었다. 「먼」이라는 남성의 그림자가 뒤에 따라다니는 것이 싫다는 뜻이다. 또 여성을 성으로 의식하는 「미스」나 「미세스」라는 단어도 거부했었다. 「미즈」(MS)라는 말은 그래서 생긴 단어다.
여성은 태어날때부터 열등하다는 주장도 있다. 19세기까지도 인류학자들 사이에 그런 설이 유력했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의 근거가 된「뇌의 중량」은 오늘날에 와서는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유럽」인의 경우 남성의 뇌무게는 평균 1천3백85g으로 여성보다 1백12g이 더 무거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뇌가 무거운 백치도 있고, 가벼운 천재도 있다는 실증들이 제시돼 결국 이 문제는 차차 꼬리를 감추어 가고 있다.
여성은 일반적으로 감정적인 「애니멀」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애쉴리·몬테뉴」같은 인류학자는 정신병자나 자살자의 수를 대비, 그렇지 않다는 반론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 남성이나 여성은 「독립된 존재」로 각각 이해하기보다는 한 인간으로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
최근 구국선교단 산하「구국여성봉사단」에서 발표한 『여성헌장』을 보면 「인격으로서의 여성」·「사랑으로서의 어머니」·「평화로서의 인간」을 강조하고 있다. 여성의 참모습은 유난스러운 「무엇」에 있지 않고 바로 인간으로서의 여성 그 자체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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