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범죄 에 어머니 「속죄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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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죄지은 자식을 눈뜨고 볼수없어 눈을감는다. 자식이 저지른 죄는 부모의 그릇된 가정교육에 책임이 있다』 -
전남 담양군 담양읍 송진왕씨(46·가명)는 둘째딸 정모양(17·미용사)이 도둑질을해 경찰에 잡혀가자 딸의 죄를 자신의 죽음으로 속죄한다는 애절한 사연의 유서를 남겨놓고 2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송씨는 24일 둘째딸이 절도혐의로 경찰에 잡혀카자 다음날 하오8시쯤의 아들 (23·「페인트」상)과 세딸, 남편(52·무직) 그리고 관내 파출소장에게 보내는 5통의 유서를 남겨놓고 집을나가 담양군무정면령천리 다리밑에서 음독했다. 주민들이 신음중인 송씨를 발견, 전남대부속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지고 말았다.
송씨의 둘째딸 정양은 24일 낮12시4O분쯤 자기미장원에서 신부화장을 하고간 이질주씨(23·담양군월산면)가 깜빡 잊고간 「핸드백」을 호기심에서 열어보다 순금 「넥타이·핀」 1개, 화장품 10점, 현금1만1천4백원(모두3만4천6백90원상당)등이 든것을보고 「핸드백」을 잠그는 사이 창밖에서 인기척이 나자 엉겁결에「핸드백」을 쓰레기통속에 감추었던것.
이소식을 전해들은 어머니 송씨는 딸을 잡고『네가 그럴줄 몰랐다. 부모형제 망신이다』 며 밤새껏 울부짖다 다음날 유서를 남기고 집을나갔던것.
송씨는 외아들에게는 『동생이 저지른 죄는 모두 가정교육부족 때문이니 죽음으로 속죄한다. 불쌍한 아버지 괴롭히지말고 동생들 앞으로 올바른 사회인이 되도록 엄마대신 잘 길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또 도둑질을한 딸에게는 『한번지은죄, 벌을 달게받고 나와 언니처럼 착한 미용사가 돼 참되게 살아라』고 당부하는 유서를 써두었다.
송씨는 남편과함께 죽세공품장사를 하여 저축한돈 1백만원과 사채1백30만원으로 아들의「페인트」상점과 딸의 미장원을 얻어주었던것.
송씨는 독실한 기독교신자로 일요일마다 딸들을 데리고 교회에 나갔었다.
송씨의 죽음을 전해들은 마을 주민들은 『목숨을 끊지않고도 자식의 죄를씻을수있는길이얼마든지 있을텐데…』하며 죽음을 택한 송씨의 행동을 나무라기도 했다. 한편 담양경찰서는 송씨의 죽음을 참작, 정양을 불구속 입건했다. <양=김국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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